경제주체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강조하는 앤 크루거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과 교수와 미국의 진보적 노동경제학을 대표하는 리처드 프리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경제위기 해법과 관련,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두 석학은 유럽 재정위기 해결방안, 노동시장 유연성과 일자리 해법 등에서 특히 의견이 부딪혔다. 두 사람은 내달 24일 글로벌 인재포럼의 기조세션I(전환기의 세계경제, 새 성장동력은?)에서 또 격돌한다.

◆재정위기 해결 VS 정부 확장정책 펴야

크루거 교수는 “글로벌 경제의 핵심 이슈는 유럽 재정위기의 해결”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를 해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각국 정부의 긴축 노력을 강조하고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미국과 중국도 눈에 띄게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프리먼 교수는 “물가상승을 억제하거나 정책비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유럽중앙은행(ECB)은 지금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기를 맞았을 때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정책은 확장정책”이라며 “이는 부채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며, 기업이 ‘미래에는 상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위기 해법과 관련해 크루거 교수는 경제의 유연성을 강조하며 자유무역협정(FTA)이 경제의 유연성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루거 교수는 특히 “FTA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이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하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 발달할수록 더 큰 성장이 가능하며 오래된 산업에서 일자리가 줄더라도 새로운 산업에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프리먼 교수는 국가 간 불균형이 경기 활성화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프리먼 교수는 “내 회사는 사람들을 많이 고용했지만 당신의 회사는 그러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내 회사 사람들이 당신 회사의 상품을 구매하는 반면 당신의 회사에는 새로 뽑힌 직원들이 없기 때문에 내 회사 상품을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현상이 지금 국가들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력이 낮은 국가가 더욱 어려워질수록 경쟁력이 높은 국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동 유연성 높여야 VS 정부가 일자리 늘려야

크루거 교수는 “젊은층에 보다 많은 기회가 생기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며 “규제가 엄격하고 최저임금 수준이 높다면 고용주들은 젊은 세대에 기회를 주길 꺼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의 유연성을 향상시켜야 성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경제가 성장하면 노동 이동(labor turnover)이 일어나기 마련”이라며 “FTA로 일시적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나타날 수 있지만 경제가 성장하면 추가적인 노동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프리먼 교수는 “정부가 과다한 부채에 눌려 확장정책을 하지 못함에 따라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 성장이 촉진될 것이라는 잘못된 전망을 지속한다면 오히려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청년 구직자들이 빨리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 노력을 촉구했다. 프리먼 교수는 특히 “실물경제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반면 금융산업에 가는 자원은 줄여야 일자리를 최대한으로 창출할 수 있다”며 금융시스템 개선보다는 실물경제에 대한 정부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창의적 인재 육성엔 한목소리

경제위기 해법과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은 크루거 교수와 프리먼 교수는 그러나 인재육성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크루거 교수는 “노동력의 질은 생산성 향상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국가별로 상황에 따라 생산성을 향상하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초·중등교육이 의무화된 나라에는 교육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리먼 교수도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기술적 진보와 함께 인적자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연구·개발(R&D)에 대한 많은 투자, 수준 높은 교육, 지식의 국제적 전파를 통해 ‘성장의 한계치’는 지속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창의적 인재육성을 위해 크루거 교수는 “고등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프리먼 교수도 “학교는 암기력 시험을 적게 보고 과학경진대회 등 창의적 교육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먼 교수는 또 “기업은 직원들이 당장의 업무를 처리하는 데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그리고 많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실제로 이렇게 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인재개발에 대한 칭찬

두 석학은 한국의 인재개발 능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크루거 교수는 “한국은 교육에서 매우 성공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가에서도 나타나듯이 한국의 초·중등교육의 질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프리먼 교수는 “미국이 일자리 문제를 노동시장의 힘에 의존해 해결하려고 하다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반면 한국 정부는 일자리 문제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다뤘다”고 주장했다. 프리먼 교수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이러한 한국의 정책에 대해 특별히 찬사를 보낸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양병훈/조미현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