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시계업체인 스와치그룹과 국내 면세점 업계가 이윤 배분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스와치그룹은 최근 롯데·신라면세점 등에 “오는 10월과 내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입점 마진율을 최대 10%씩 낮춰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금값 등 원가가 오른 데다 마케팅 비용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면세점이 가져가는 이윤을 줄여 달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면세점 업계는 “마진율을 내리라는 것은 곧 시계 공급가격을 올리겠다는 뜻”이라며 “이는 시계 판매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면세점의 시계 경쟁력이 낮아질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스와치그룹은 브레게 오메가 티쏘 라도 론진 스와치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시계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는다. 면세점 관계자는 “마진율로 따지면 10%지만 스와치에 내는 돈은 최대 20% 올라간다”며 “명품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리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요구를 들어주면 면세점은 적자가 난다”며 “소매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스와치그룹은 이에 대해 “면세점 마진율을 낮추라는 것이지 소매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며 “가격은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협의해 결정하는 것으로 면세점 사정에 따라 올릴 수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통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시계 매출이 증가하는 것을 반영해 스와치그룹이 면세점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스와치는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14%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한 명품업체 관계자는 “시계는 최근 가장 성장 폭이 큰 상품군으로 마진율을 조금만 낮춰도 스와치 이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이윤 배분을 둘러싼 간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