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상 분야에서 신호보무역주의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기업에 대한 미국 당국의 반덤핑 제소, 담합 조사, 특허 및 영업비밀 침해 판결 등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지요. 미국의 한국 기업 견제 우려를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전달했습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삼성전자의 애플 특허 침해 판결, 한국산 세탁기 반덤핑 조사, 2차전지 가격 담합 조사, 코오롱의 영업비밀 침해 판결 등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본부장은 어빙 윌리엄슨 ITC 위원장을 만나 최근 미국의 동시 다발적인 한국 기업 ‘때리기’와 관련해 “신보호무역주의가 고조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ITC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삼성·애플의 특허소송 1심 결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자 USTR 측에서 “법원의 결정인데 우리가 개입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그는 전했다. 또 윌리엄슨 위원장이 “법정 밖에서 합의하는 경우도 많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통상 질서에서 신보호무역주의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통상 환경에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 문제에 대해 박 본부장은 “우리 정부의 의견이 확정되는 대로 서비스투자위원회를 개최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15명의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의 의견 수렴이 막바지 단계에 있다”며 “10월 중 TF의 보고서가 나오면 국회 의견을 반영해 최종적인 정부 입장을 정할 경우 재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한·중 FTA가 중요한 것은 한·미 FTA와 한·유럽연합(EU) FTA의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중국과 FTA를 먼저 체결하면 중국 진출을 노리는 미국 및 유럽 기업들의 한국 직접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