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무제한적인 양적완화를 선택했다. 겉으로는 돈을 풀어 자산가격을 올리는 것이 어떤 식으로든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미국의 주식 및 채권 등 자산가격은 이미 너무 비싸다.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5배에 육박하고, 모기지 금리도 더 내려갈 여유가 없다. 아마 버냉키 의장 자신도 양적완화가 실물경제 회복을 이끄는 데 한계가 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속내는 무엇일까. 미국은 돈을 무제한 풀면 통화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그럴 수 없다. 이미 소득 대비 물가수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양적완화의 의도는 중국 위안화를 절상시키려는, 즉 중국에 이제부터 소비를 확대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소비진작에 응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풀린 돈이 중국으로 덜 들어가면서 위안화 절상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릴 것이다. 미국이 통제할 수 있는 곡물가격과 유가를 올리는 것이다. 이 경우 중국정부는 치솟는 수입물가를 잡기 위해 위안화를 절상시킬 수밖에 없고, 자연히 중국은 내수를 확장하게 돼 미국을 포함한 세계 기업들이 중국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지금 이런 요구를 중국에 하며 내세우는 논리는 이렇다. “1990년대 말 아시아 국가들이 과잉 설비투자로 부실화됐을 때 선진국들이 공공부채 확대를 통해 과잉수요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았는가. 이제는 아시아가 나설 때다. ”

아무튼 지금 예상되는 것은 미국이 대통령 선거 후 원자재 가격을 올려 중국을 압박할 것이란 점이다. 따라서 원자재 보유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후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중국 소비 관련주는 한번 더 ‘점프’할 것이다. 반면 위안화 절상과 함께 원화 절상도 진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수출주는 어렵다. 산업재 및 소재주도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코스피지수가 주로 이런 종목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중소형주 가운데 희망을 주는 종목들의 약진이 계속될 것이다.

김학주 < 우리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