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기름을 시중 가격보다 ℓ당 100원씩 싸게 팔겠다고 만든 알뜰주유소가 계속 말썽이다. 지난 2월 개점한 알뜰주유소 1호는 개점 6개월 만에 폐점했다. 기름값이 인근 주유소보다 결코 싸지 않다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아져간다. 줄을 잇는 주유소 폐업이 알뜰주유소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럴 바엔 아예 주유소를 국영화하라는 볼멘 소리까지 나온다.

시장보다 싼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장 파괴요 엉뚱한 교란이었다. 석유공사에서 제공하는 기름 가격이 현물 시장보다 비싸게 나타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현물시장의 가격은 치열한 시장 경쟁에 의해 이뤄지는 구조다. 물론 별개의 가격이 매겨지는 시장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경우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서로 달라 이른바 가격차별화가 나타난 경우뿐이다. 이것을 잡자고 달려든 것이 ‘묘한 기름 값’이라는 일대 소동이었던 것이다.

정유사들이 일반 주유소들의 반발을 우려해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 간 공급가격에 큰 차이를 두지 않았던 것은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었다. 결국 소비자들은 혜택도 보지 못한 채 알뜰주유소나 일반주유소 모두 살아 남기 힘든 상황이 되고 만 게 지금의 현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오로지 대통령 보고를 위해 알뜰주유소를 만들어 억지 춘향식으로 늘려온 것이 정부 공무원들이 한 일의 전부다.

이게 한국 정부의 수준이며 모든 정부개입의 필연적 결과다. 지식경제부는 더구나 경제 현장과 가장 가까운 정부 부처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1호점이 문을 닫자 개별 주유소의 자금 사정 때문이라고 둘러댄다. 오히려 알뜰주유소를 연말까지 1000곳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놓고 있다. 지경부 공무원들에게 당장 한국경제신문이 실시하는 경제이해력검증시험인 테샛(TESAT)을 치르게 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