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상속·증여세 대신 국세 물납으로 받은 1조원 규모의 상장·비상장 주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3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국고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세금 대신 받은 수백억원대 주식이 휴지로 전락했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국고 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본지 9월20일자 A23면 참조

실제 재정부는 2008년 오정현 SSCP 사장이 창업주 오주헌 회장에게서 회사를 물려받는 과정에서 증여세 697억원을 SSCP 주식으로 받았지만 지난 18일 이 회사가 부도나면서 670억원의 세금을 날리게 생겼다. 이처럼 재정부가 국고로 환수하지 못하고 있는 세금은 36개 상장사 주식 4900억원 상당(물납 당시 기준)에 달한다. 국세 물납으로 받은 시점보다 주가가 하락하거나 거래량 제약 등으로 시장에 내다팔기 어려운 주식들이 대부분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재정부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 8곳 주식의 물납 당시 시장가격은 1749억원이었지만 현재(19일 종가 기준) 시장가격은 676억원에 불과하다. 8개 주식에서만 1073억원의 평가손을 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지분 5% 미만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 28개 주식에 대해서는 정부가 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실제 손실액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장사 주식은 국고 환수가 더 어렵다. 국세 물납으로 받은 비상장사 주식은 318개사 5000억원 규모에 이르지만 이들 주식의 현재 가치는 3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만히 앉아서 2000억원이 넘는 돈을 허공에 날린 것이다. 상장사와 비상장사 주식을 합친 평가 손실만 3000억원이 넘는다.

황정수/임원기 기자 hjs@hankyung.com

■ 국세 물납

납세자가 상속·증여로 받은 재산 중 부동산과 유가증권(주식)의 비중이 절반을 넘고 내야 할 세금이 1000만원을 초과할 때 현금 대신 부동산과 주식으로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한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