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일반직 경력사원으로 채용한다. 로스쿨을 나온 우수 인력을 뽑아 마케팅 기획 인사 영업 등 일반 부서에 배치해 활용하기로 했다. 지난 2월 말 로스쿨을 졸업한 1기 출신 1400여명의 상당수는 다음달이면 6개월 의무연수를 마치고 시장에 나온다.

삼성은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일반직무 경력사원 채용 공고’를 20일 채용 홈페이지인 커리어삼성(samsungcareers.com)에 올렸다.

로스쿨 출신을 뽑는 곳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삼성정밀화학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 10곳이다. 이들은 올 2월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을 대상으로 27일까지 지원을 받는다.

채용 인원은 40~50명 선이다. 삼성은 이들을 대리급으로 채용해 법무가 아닌 영업 기획 인사 총무 마케팅 대외협력 등 일반업무직에 배치할 계획이다. 통상 신입사원이 대리로 승진하는 데 4년이 걸리는 만큼 로스쿨 졸업을 4년 경력으로 인정해주는 셈이다.

삼성 관계자는 “다음달이면 로스쿨 1기 출신들이 6개월 의무연수를 마치고 시장에 나온다”며 “우수한 능력과 경력을 갖춘 이들을 경력 사원으로 뽑아 활용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로스쿨 출신들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도 6개월 동안 법무법인 등에서 연수를 받아야 개업이 가능하다. 올 3~4월부터 중소형 로펌과 개인변호사 사무실 등에서 월 100만~200만원을 받으며 연수를 받던 많은 로스쿨 출신들은 다음달부터 다시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연수를 마치면 월급을 높여줘야 하는 법무법인 등이 연수 기간 종료 후 연장계약을 기피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가라앉아 있던 로스쿨 출신 변호사 실업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변호사를 뽑으면 과장 대우를 해줬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채용은 변호사가 아닌 일반직 경력사원으로 뽑는 것”이라며 “앞으로 변호사 채용은 변호사, 경력사원 등 투트랙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들을 일선 부서에 배치하면 공정거래 등 분쟁거리를 사전에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