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부정적인 일 잘 기억해…칭찬 먼저 하면 비판만 남아
충고 먼저 하면 뇌는 경계모드…기억력 향상…전달 효과 높아
아내뿐만 아니라 필자 주위의 많은 사람들도 충고에 대해 기분 나쁘게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들을 때, 긍정적인 말보다는 부정적인 평가에 더 민감하고 잘 기억한다. 당장 기분 좋았던 일과 기분 나빴던 일을 떠올려 보자. 아마도 기분 나빴던 일이 더 잘 떠오를 것이다.
이를 진화심리학에서는 뇌가 긍정적인 일보다 부정적인 일을 더 잘 기억하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부정적인 기억을 남겨 놓은 뇌가 긍정적인 기억을 남겨 놓은 뇌보다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사자에게 쫓겼던 기억을 가진 조상들을 생각해보자. 무사히 살아난 긍정적인 기억보다 죽을 뻔했다는 부정적인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사자를 보고 죽을 힘을 다해 달아나 살아남는 것이다. 즉 나쁜 기억이 생존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말이 기분을 상하게 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하더라도, 싫은 말을 안 하고 살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직장은 여러 사람들이 섞여 생활하는 곳이어서 긍정적인 말만 하고 살 수는 없다. 관리자쯤 되면 평가를 할 수밖에 없고,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관리자의 입장에서 부하직원을 혼내거나 부정적인 평가 의견을 전달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 평소 성과는 좋지만 다른 직원과 소통에 문제가 있는 부하직원과의 면담을 생각해보자. 어떻게 해야 성과도 높이면서 마음을 상하지 않고 원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먼저 칭찬을 하고 나서 부정적인 평가나 질책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칭찬을 통해서 먼저 상대의 기분을 누그러뜨린 뒤 나쁜 소식을 전하면 기분이 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 방법을 적용한다면 아마도 다음과 같이 말하게 될 것이다. “자네는 참 실적이 좋아서 내가 기분이 좋아. 그런데 다른 직원과 자주 다투니 주변에서 불평이 많더군. 나중에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앞으로 주의하게!” 면담을 받고 난 부하직원은 어떤 기분이 들까.
클리퍼드 나스 스탠퍼드대학교 교수는 이런 방법은 오히려 역효과가 생긴다고 말한다. 부하직원은 칭찬은 기억하지 못하고 비판받은 일만 기억한다는 설명이다. 칭찬도 했는데 왜 비판만 받았다고 느낄까. ‘역행간섭(retroactive interference)’이 생기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신에게 부정적인 의견을 말하면 듣는 사람의 뇌는 순간적으로 부정적인 내용을 분석하고 처리하는 데 뇌의 모든 자원을 쏟아붓는다. 그러다 보니 그 전에 들은 말은 기억하기 힘들어진다. 이런 현상이 역행간섭이다. 상사가 칭찬을 먼저 하고 나중에 비판을 하면 부하직원은 칭찬 때문에 잠깐 기분이 좋을지 모르겠지만, 역행간섭이 생겨 칭찬은 잊어버리고 부정적인 의견만 기억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스 교수는 비판을 먼저 하고 칭찬을 나중에 하라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부서 직원들이 자네에 대해 불평을 하고 있네. 소통이 되지 않아 같이 일하기 힘들다는 거야. 자네가 다른 직원과 더 잘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게. 그리고 지금 자네의 성과를 보면 최고 수준인데, 다른 직원과 소통만 잘 된다면 더 좋은 성과가 나올 거라고 믿네. 잘해 보게!”
부하직원이 이런 말을 들었다면 그의 마음에는 더욱 잘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들 가능성이 높다. ‘순행증강(proactive enhancement)’ 효과 때문이다. 먼저 부정적인 의견을 들은 뇌는 전면적인 경계태세에 돌입하고, 바로 자리를 뜰지, 항변할지, 해법을 청할지, 논쟁을 할지 여러 가지 선택을 순간적으로 떠올린다. 그 결정을 내리기 위해 뇌는 전력을 다해 필요한 정보를 찾는다. 실제로 부정적인 의견을 듣고 난 직후 기억력이 향상되는데, 이런 현상을 순행증강이라고 한다.
이런 순행증강 효과를 통해 비판과 칭찬을 모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기억하자. 비판이 먼저, 칭찬이 그 다음이다.
이계평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