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안 원장은 출마선언에서 ‘선의의 정책대결’과 ‘진심의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전히 궁금한 게 너무 많다. 구체성이 없는 특유의 레토릭 때문만이 아니다. 당장 국정운영의 큰 비전이나 현안들에 대한 정책 구상이 보이지 않는다. 안 원장은 선거과정에서 밝히겠다고 말했지만, 많은 국민들에겐 안철수의 생각이란 저서나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말한 것 말고는 그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는 게 현실이다.

안 원장은 이제 스스로 대통령이 되겠다고 무대에 오른 이상 달라져야 한다. 신비주의부터 버리는 게 우선이다. 지금까지는 대변인이나 측근, 멘토 등 주변의 제3자를 통해 의사를 밝혀왔던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는 직접 공개적으로 국민을 향해 의견을 밝히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전세살이를 오래 했다는 본인의 주장과는 달리 재개발 딱지를 샀고, 단란주점에 수차례 출입했었다는 등의 온갖 의혹이 아직도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대리인을 통해 진실이 왜곡돼 전달됐다거나 오래된 일이어서 기억이 안 난다는 식으로 대처해서 될 일이 아님은 본인도 잘 알 것이다.

아울러 최소한 누구와 정치를 함께하고 있는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 본인도 인정했듯이 정당정치 경험은 물론이고 정치인으로 살아본 적이 없는 안 원장이다. 더욱이 정당 기반이 없는 무소속 후보다. 스스로 말한 300여명의 멘토부터 공개해서 국민이 그의 국정 철학과 국정 운영능력을 간접적으로라도 가늠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후보자 주변에는 측근이라고 사칭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기 마련이고 본인도 예외일 수 없다.

안 원장이 대선 후보로서 완주할지, 아니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를 할지 예상이 분분하다. 박근혜 후보를 포함한 3자 간 지지도가 박빙인 만큼 중대한 변수임은 물론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이 어떤 철학과 정책을 갖고 있는지가 본질적인 문제다. 안 원장이 밝혔듯 흑색선전이 아닌 정책 대결을 기대한다. 3자 간 정책 토론회도 가져야 할 것이다. 정치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