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득세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과세·감면 항목이 너무 많아 근로자 중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이 40%에 달하는 등 과세 기반이 취약해 소득세제 개편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조세연구원 개원 20주년 기념세미나에서 안종석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장기 조세 재정정책 운용방향’이란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안 연구위원은 향후 복지비 부담이 갈수록 늘어날 것을 감안할 때 소득세 등을 중심으로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OECD 자료를 인용, 2010년 기준으로 GDP 대비 소득세 비율이 한국의 경우 3.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OECD 평균은 8.7% 수준이며 조세부담률이 한국보다 낮은 멕시코, 칠레, 미국, 호주, 터키, 일본 등 6개국의 평균치(6.0%)보다도 크게 낮다.

소득세 비중이 낮은 것은 소득세율이 낮아서가 아니라 비과세·감면 항목이 지나치게 많아 소득이 있는데도 사실상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2010년 기준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자 중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은 무려 43.8%에 달했다.

또 근로소득세 과세 대상자 중 과세 기준에 미달하거나 세금 감면 조치 등으로 낸 세금을 고스란히 환급받아 최종 납부세액이 ‘0’인 사람 비중은 39.1%였다. 근로자 10명 중 4명은 세금을 안 낸다는 뜻이다.

안 연구위원은 “비과세·감면이 상당 부분 소득공제 형식으로 돼 있어 고소득자일수록 혜택이 크다”며 “소득세 과표구간 상향조정보다는 비과세·감면 항목을 대폭 축소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보장 관련 부담금(건강보험료 등)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5.7%에 불과해 OECD 평균(9.2%)과 큰 차이가 났다. 일반소비세의 GDP 비중도 한국은 4.4% 인 데 비해 OECD 평균은 6.7%였다.

반면 법인세와 재산세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높은 편에 속했다. 법인세의 GDP 비중은 3.5%로 OECD 평균(2.8%)보다 0.7%포인트 높았고 재산세 비중은 2.9%로 OECD 평균(1.8%)을 웃돌았다.

조세연구원은 복지 재정 마련 등을 위해서는 향후 비과세·감면 축소, 일반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 등을 통해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가가치세의 경우 1977년 10%로 정해진 뒤 30년 넘게 단일 세율을 유지해오고 있어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9.3%로 OECD 33개국 중 멕시코, 일본, 슬로바키아, 미국, 체코에 이어 여섯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건강보험료 등을 포함한 국민부담률은 25.1%로 멕시코, 칠레, 미국에 이어 네 번째로 낮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