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19일 수요 사장단 회의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초청한 배경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각계각층의 명사들을 가리지 않고 초빙해왔지만, 가능한 한 정치적 색채가 없는 인물들을 섭외한 점에 비춰볼 때 장 교수의 강연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일단 삼성은 “아무런 의도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강연자를 2~3개월 전에 섭외하는데 장 교수도 여러 후보 중 한 명이었고 마침 일정이 맞아 강연자로 초청했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일을 삼성의 조그만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가 달아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삼성에 대한 쓴소리를 듣겠다는 의지로 읽히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지배구조를 제외하고는 외부에서 요구하는 변화를 모두 수용하려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이 사회적 약자 배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채용 절차를 바꾼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삼성은 선발 인원의 25%가량인 지방대 출신을 올 하반기 대졸 공채부터 35%로 늘리기로 했다. 전체 채용 인원의 5%는 저소득층 출신으로 뽑기로 했다. 고졸 인력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올해 고졸 공채도 신설했다.

삼성은 또 저소득층 교육과 채용을 연계한 ‘희망의 사다리’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 3월 시작한 교육 기부 프로젝트인 ‘드림클래스’를 확대하는 것으로 방과후 학교에 참가하는 중학생 가운데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에게 고교 장학금과 일자리까지 주기로 했다.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을 지난해보다 2.5배 많은 1300억원어치 구입해 직원 1인당 50만원씩 나눠주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을 비롯해 여러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