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OECD 글로벌 지식경제 포럼'…"한국기업, 무형자산 전쟁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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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는 지식활용 시대, 기술융합 위해 칸막이 없애야
자체공장 없는 애플 경쟁력은 혁신적 R&D서 나오는 특허
일자리 창출 선순환 위해 제조·서비스업 균형정책 필요
자체공장 없는 애플 경쟁력은 혁신적 R&D서 나오는 특허
일자리 창출 선순환 위해 제조·서비스업 균형정책 필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수백만개 코드로 이뤄진 소프트웨어다. 제조업의 우월성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식경제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8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에서 ‘2012 OECD 글로벌 지식경제 포럼’을 열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변화된 연구·개발(R&D) 트렌드와 세계 각국의 산업정책 방향에 대해 토론했다. 이 포럼은 OECD 산하 과학기술산업국이 주최하는 행사다. 한국은 작년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 개최국이다.
참석자들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침체에 빠진 세계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디자인, 마케팅 등 지식기반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기존 제조업과 지식기반 산업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형 자산 전쟁에 대비해야
리처드 바우처 OECD 사무차장은 “지식과 서비스가 중시되는 사회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 자산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져 기업들이 새로운 무형자산을 확보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자원을 집중 투입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계 장비 건물 등 유형 자산에 비해 소프트웨어, 디자인, R&D, 마케팅 등 지식 기반의 무형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예컨대 소프트웨어 코드는 별도의 추가 비용 없이 무한대로 재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 인도 등 신흥개발국들이 지식기반 산업 육성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영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체 공장 없이 외주 하청 생산만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애플의 핵심 경쟁력은 혁신적인 R&D에서 비롯된 무형 자산”이라며 “제조업 수출로 성장해온 한국 기업들도 아이디어, 특허 등을 둘러싸고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무형 자산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쓰오 아이자와 일본 과학기술정책위원회 상임위원은 “세계 경제는 이미 ‘지식 창출’ 시대에서 벗어나 ‘지식 활용’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며 “이런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은 물론 산업정책을 수립하는 정부 부처들도 다양한 기술 분야의 융합을 위해 정책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 창출 대안 찾아야
허경욱 OECD 한국대표부 대사는 “한 국가의 경제 성장은 경제 규모뿐만 아니라 제조업이 얼마나 지식기반 산업으로 진화했는지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진화에 따른 문제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허 대사는 “문제는 제조업이 점차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지식집약적 산업으로 바뀌면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OECD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의 고용 창출력은 정점을 찍었던 1970년대에 비해 현재 40%가량 줄었다. 그는 “제조업의 고용 창출력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분야의 서비스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며 “기존 제조업과 지식기반 산업, 서비스업 간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스나벨 호주 산업혁신위원회 의장은 “한국 사례에서 보듯이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제조업 경쟁력을 쌓아온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피해를 봤다”며 “뛰어난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과감한 R&D 투자와 기술 혁신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