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불황에도 브랜드 마케팅은 빛을 발했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올해 국내 59개 산업, 212개 브랜드에 대한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National Brand Competitiveness Index)를 조사한 결과 67.8점으로 지난해 66.9점에 비해 0.9점(1.4%) 상승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서비스군 상승

총 59개 산업군 중 26개 산업군의 NBCI가 상승했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올해 신규로 조사된 11개 산업을 제외하고 절반 이상의 산업에서 NBCI가 향상된 것은 경기불황에도 신기술과 뉴미디어를 활용해 고객 수요를 충족시키려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이 유효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군별로는 제품군의 경우 올해 67.8점으로 0.3점(-0.4%) 하락한 반면 지난해 65.7점이었던 서비스군은 올해 67.8점으로 2.1점(3.3%) 상승했다. 제품군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슈가 돼온 스마트폰, 스마트TV, 태블릿PC 등 새로운 개념의 제품들이 출시돼왔지만 기술 발전만큼 고객들의 기대도 높아지면서 상승세가 주춤했다. 반면 서비스군에서는 차별화를 위한 서비스 개선과 마케팅에 대한 투자로 브랜드 경쟁력이 향상됐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NBCI 상승률이 컸던 부문은 정수기가 8.1%로 가장 높았고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종합병원이 7.7% 상승률로 뒤를 이었다. 구제역과 일본 방사능 유출 사태 등으로 물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수기 시장이 주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후발주자의 시장진입과 활발한 마케팅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지도가 상승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영화 상영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시설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이 확대돼 경쟁력이 높아졌다. 종합병원도 병상 수 증가, 의료진 영입 등으로 서비스 수준이 상향 평준화됐다.

그러나 등산용품(-5.6%)과 양문형냉장고(-5.6%) 타이어(-4.3%) 등은 지난해 대비 NBCI가 하락했다. 등산용품은 해외브랜드들의 진입으로 소비자의 관심이 분산됐고 양문형냉장고는 싱글족이 늘면서 대형가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타이어는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신차용 타이어 판매실적이 부진했고 노사분규 등이 부각되면서 브랜드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1위 브랜드 위상 확고

브랜드별로 보면 NBCI 순위는 베이커리 부문의 파리바게뜨와 준대형자동차 부문 그랜저가 76점으로 가장 점수가 높았다. 그 뒤로는 쿠쿠, 락앤락, 애니콜, 신라면, 금강제화에 이어 롯데백화점, 롯데리아, 제주삼다수 등이 상위 10위 내에 들었다.

브랜드별 NBCI는 전년도 1위 브랜드들이 대부분 산업 내 1위를 고수한 것이 눈길을 끈다. 유일하게 학습지 산업에서만 전년도 1위와 2위가 뒤바뀌었고 에어컨, CMA, 인터넷쇼핑몰, 개인택배서비스, 종합병원 산업에서 공동 1위 브랜드가 등장했다.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한 브랜드들이다. 산업 내 1위 브랜드와 2위 브랜드의 격차도 지난해 평균 3.2점에서 올해 3.4점으로 0.2점 더 벌어졌다.

한국생산성본부 관계자는 “산업 내 브랜드 순위가 고착화돼 가는 양상이 심화된 것은 1위 브랜드들이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브랜드 마케팅활동을 강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2013년 제조·서비스업 NBCI 전망은
기아車, 중형·SUV 상승세…무선통신, SK 강세 지속

한국생산성본부는 올해 NBCI 결산을 통해 산업별·브랜드별 동향을 파악하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분야별로 세분화해 내년 전망을 내놓았다. 제조업엔 자동차와 생활가전, 휴대용 전자제품, 서비스업은 금융업과 통신업, 유통업 등이 포함됐다.

자동차의 경우 올해 NBCI 조사대상 모든 차종에서 현대자동차의 브랜드가 1위를 차지했다. 단, 준중형자동차와 준대형자동차에서는 현대자동차가 강세를 보였지만 중형자동차와 SUV자동차에서는 기아자동차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내년 순위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차종에 상관 없이 SM시리즈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실적이 부진해 NBCI 역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생활가전에서 전기압력밥솥은 경쟁브랜드의 획기적인 혁신이나 변화가 없다면 쿠쿠의 독주 체제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디지털TV, 양문형냉장고, 김치냉장고, 에어컨, 드럼세탁기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양강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휴대용 전자제품은 삼성전자의 절대적 강세 속에서 새로운 아이패드 등장, 아이폰5 출시 예정에 따라 태블릿PC와 스마트폰에서는 혼전을 예상했다. MP3플레이어는 스마트폰의 급성장에 따른 매출 급감, 제품생명주기 상 쇠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서비스업 중 금융부문에서는 은행은 NH농협은행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생명보험에서는 대한생명의 한화생명으로 사명 변경에 따른 위상 변화가 점쳐진다. CMA에서는 삼성CMA플러스가 공동 1위를, 증권, 생명보험, 손해보험에서는 ‘삼성’ 계열의 브랜드가 2위와 큰 점수 차이로 1위를 유지하고 있어 내년에도 금융업에서 삼성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통신의 경우 무선통신 부문은 SK의 강세, 유선통신 부문은 KT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브랜드 간 점수 차이가 커 단기간에 순위 변화는 힘들겠지만 아이폰5의 LTE 지원 여부에 따라 이동통신사의 희비는 엇갈릴 수 있다.

유통은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시장이 정체된 상태다. 내년 대형슈퍼마켓은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인터넷쇼핑몰에서는 11번가의 지속적인 상승세로 순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 NBCI

소비자가 인식하는 마케팅활동과 브랜드 인지도, 재구매 성향 등의 연계 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지수다. 산업별로 시장점유율을 고려해 3~5개 브랜드를 선정하고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에서 사용자와 비사용자 11만여명을 개별 면접해 지수를 산출했다. 올해는 제품군 33개 산업·117개 브랜드, 서비스군 26개 산업·95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