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가 17일 주택 ‘취득세·양도세 한시 감면’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재정위는 지난 12일에도 법안 상정을 못해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통합당이 지방 세수 부족과 복지 재원 감소를 들어 처리에 줄곧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거래세 인하를 통해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는 정부 방침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새누리당 “소급적용해야”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일 올해 말까지 미분양주택 취득 때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향후 5년간 100% 감면하고, 주택 취득세도 50% 추가로 줄이겠다는 내용의 부동산 거래 정상화 대책을 내놨다. 이 안이 통과되면 9억원(공시지가 기준) 이하 1주택의 경우 1%로, 9억원 초과 주택이나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2%로 취득세가 각각 낮아진다.

양도세 감면을 위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을, 취득세 감면을 위해서는 지방세특례제한법을 각각 고쳐야 한다.

정부는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 발표일부터 소급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법안 통과 시점까지 거래가 극심하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입장도 비슷하다.

관련 법안 발의는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이 했다. 정부가 발의할 경우 법안 통과에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반대로 국회 재정위는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 파행을 겪었다.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행안위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취득세 감면으로 지방 재원이 부족해져 복지 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며 법안 개정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위해 오전 11시에 시작하기로 했던 재정위는 아예 열리지도 못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연말까지 거래하는 주택에 대한 한시적인 혜택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늦어지면 그만큼 주택 거래 위축이 불가피하고 정책 효과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법안 통과시 소급적용뿐 아니라 혜택을 내년 3월이나 6월까지 연장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민주당 “복지예산 부족 우려”

민주당은 취득세 감면은 복지 예산과 연계해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취득세는 지방세인데 이를 감면해주면 지방 재정이 ‘펑크’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서 말로는 부족분을 메워주겠다고 하지만 작년에도 그렇게 하기로 해놓고 2100억원의 부족분이 났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특히 무상보육 관련 예산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고 있기 때문에 취득세를 감면하면 이에 대한 지자체 부담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이번 정부 조치가 주택 가격이나 보유 주택 수에 상관없이 적용하고 있는데, 민주당 일부에서는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에게만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여야 정책위 의장이 취득세 감면과 관련, 협의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해당 상임위에서 법안 통과 유무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당 정책위 의장은 지난 14일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재정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은 “양당 정책위 의장이 합의하지 못하면 재정위에서 다시 이 문제를 다룰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감세가 대선 표와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민주당도 끝까지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태훈/이호기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