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일본 업체들이 격렬한 반일시위로 사실상 ‘올스톱’ 상태에 놓였다.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로 촉발된 과격 시위는 계속 확산되는 양상이다. 상하이 칭다오 광저우 등에 집중돼 있는 일본 기업들은 피해 확산을 우려해 줄줄이 휴업에 들어갔다. 현지에 있는 KOTRA 무역관장들은 일본 기업들이 중국 시위대의 집중 타깃이 되고 일본인들도 신변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더구나 18일은 일본군이 1931년 만주지역을 무력으로 침략한 만주사변 기념일이어서 중국에서는 반일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분쟁지역인 센카쿠열도 해역에는 중국의 어선과 해양감시선, 민간단체 선박까지 속속 집결해 중·일 분쟁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택시도 일본인 승차 거부

5만여명의 일본인이 살고 있는 상하이에서는 일부 일본 주재원들의 철수가 시작됐다. 김상철 KOTRA 상하이 무역관장은 17일 “일본 영사관으로 향하는 도로에는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고 통행이 차단됐다”며 “상하이에 사는 5만여명의 일본인들은 공포에 떨며 외출을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일본인을 태우지 않는 등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낸다. 상하이 시내에서 준공을 앞두고 있는 일본계 다카시야마백화점은 최근 시위대의 습격에 대비해 아예 간판을 떼어낸 채 공사를 하고 있다.

광저우에서도 일본계 소매점인 자스코가 위치한 광저우동역과 시내 톈허청(天河城), 일본 영사관 부근 등의 도로가 통제되면서 하루 종일 교통체증 현상이 나타났다. 안상근 KOTRA 광저우 무역관장은 “시정부가 거주민들에게 가급적 일본계 식당이나 점포에는 가지 말라는 문자를 휴대폰으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칭다오에서는 전날 시위대가 유통업체 자스코의 유리창을 깨뜨리고 도요타차 판매점에 불을 질렀다. 권용석 KOTRA 칭다오 무역관장은 “산둥성은 오랫동안 일본의 지배를 받은 지역이어서 반일 감정이 다른 지역에 비해 더 짙을 수 있다”며 “일본 기업이나 제품에 대해서는 공격적이지만 일본인을 직접 공격한 사례는 아직 없다”고 전했다.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일부 온라인 전자제품 쇼핑몰에서도 일본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중국 쇼핑몰 쥐상왕(聚尙網)과 쑤투왕(速途網)이 일본 전자제품을 판매 목록에서 삭제했다고 중국 뉴스 사이트인 만유가전망(萬維家電網)이 이날 보도했다. 징둥(京東) 이거우(易購) 등 대형 온라인 판매점들도 판매 거부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 사이트는 덧붙였다.

◆18일 반일시위 최고조 달할 듯

중국의 반일시위는 만주사변 81주년인 18일에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긴장을 고조시킨다. 인터넷에서는 ‘18일에 일본인을 몰아내자’는 구호와 함께 대규모 시위가 조직되고 있다. 지난 8월 댜오위다오에 상륙했던 홍콩 댜오위다오보호행동위원회 회원들은 18일에 댜오위다오 상륙을 다시 시도할 예정이다.

중국의 어선들도 대거 댜오위다오로 향하고 있다. 16일 휴어기가 끝나자마자 저장성 푸젠성 등에서 1만여척의 어선이 댜오위다오 해역을 향해 출발했다. 이 중 1000여척은 이미 댜오위다오 해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일본 순시선의 압박에 대비해 어업지도선을 파견해 양측 간 충돌도 우려된다.

댜오위다오 해역에는 아직 중국에서 파견한 6척의 해양감시선이 순찰 중이다. 샹후이우(尙惠武) 중국해감총대 부총대장은 “어선들이 댜오위다오에서 작업을 시작하면 우리도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감시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민해방군도 이례적으로 댜오위다오의 군사적 탈환을 가정한 훈련을 실시하는 등 무력시위로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일본에는 어떤 우호적인 점도 없는 만큼 이번 사태를 그냥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일본과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