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원인을 개인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사회문제의 어떤 부분이 자살률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2011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10대부터 30대까지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며, 20대 사망의 47%가 자살이다.

34년 동안 하버드대 의대 교수를 지내고 뉴욕대 정신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제임스 길리건은 그의 책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에서 “자살과 살인의 원인이 정당”이란 도발적 주장을 내놓았다. 길리건 교수는 20세기 자살자와 타살자를 합친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복지를 우선에 두는 민주당이 집권할 때 자살과 살인이 줄어든 반면 경쟁을 강조한 공화당 정권에서 자살과 살인이 급증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한 세기 미국의 폭력 치사(자살과 살인) 발생률 평균은 10만명당 19.4명이었는데 공화당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1909년 21.9명으로 치솟았다. 또한 공화당 정권인 1921년부터 12년 동안 사망률이 증가해 1932년에는 26.5명을, 리처드 닉슨 대통령 재임 직후인 1975년엔 23.2명을 각각 기록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살과 살인의 증가는 실업과 불평등, 불황에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권과 자살률 사이에서 명확한 연관관계를 찾기 어렵다. 한국의 자살률 변화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한 1998년 외환위기 직후 18.4명으로 급격히 치솟았다 임기내내 소폭 감소세였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재임기간 내 20명 이상을 유지했다. 이후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는 26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2010년 기준 33.5명으로 30명대를 넘었다.

한국자살예방협회가 2011년 발간한 보고서에는 “1990년대에 비해 2000년대에 자살률이 급증한 것은 사망진단의 정확성이 높아진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