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핵심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환경문제의 주요 이해 당사자인 동시에 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한 물, 음식, 연료 등을 지속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피터 배커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 사무총장(사진)은 기업들이 환경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15일 서귀포시에서 막을 내리는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 참석,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산업계가 더 활발히 움직이고 큰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제개발이 제 가치를 다하고 존경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메시지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WBCSD는 산업계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1992년 설립된 기업인의 모임이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GS칼텍스, 포스코, 금호타이어, 한국타이어가 가입돼 있다. 제주WCC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6일 방한한 그는 2001~2011년 네덜란드 물류기업 TNT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경력이 있다. 당시 다우존스가 매기는 지속가능성 순위에서 TNT가 상위권에 오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재 WBCSD의 종신 사무총장과 함께 유엔 세계식량프로그램(WFP)의 기아대책 대사도 맡고 있다.

배커 사무총장은 “제주WCC에 이어 다음달 한국에서 WBCSD 회원총회가 열린다”며 “세계적인 환경회의가 연이어 열리면서 녹색경영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인지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WBCSD총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WBCSD 회장을 맡고 있는 채드 홀리데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회장을 비롯해 350여명의 관계자가 한국에 올 예정이다.

배커 사무총장은 한국 기업의 녹색경영 사례도 줄줄이 꿰고 있었다. “삼성은 최근 전사적 생물다양성보존선언을 했고, 라파즈한라시멘트는 자원 채굴로 훼손된 삼림과 지형을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한 방법을 연구 중이고, 아모레퍼시픽은 희귀한 흰색 감국(국화의 일종)의 개체 수를 늘이기 위한 연구를 했습니다. 포스코는 수중해초 ‘트리톤’으로 생물의 개체수를 크게 늘렸죠.”

그는 기업가들에게 환경문제에 접근하는 방안도 조언했다. 그는 “환경문제는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아직도 낯선 분야”라며 “기업인이 생태문제를 공부하는 게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