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백화점 수입화장품 가격 가장 비싸
국내 백화점의 수입 화장품 판매가격이 구매력 기준으로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30~40%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 수준에 비춰볼 때 수입 화장품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지적이다.

서울YWCA는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판매가격을 구매력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한국이 조사 대상 8개국 중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에스티로더 랑콤 크리스찬디올 샤넬 등 10개 브랜드의 기초 화장품(에센스, 아이크림)과 색조 화장품(콤팩트파운데이션, 립스틱) 36종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기준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예산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백화점 판매가격은 한국을 100으로 봤을 때 일본(70.9), 이탈리아(68.0), 독일(65.9), 미국(63.7), 영국(58.8), 프랑스(58.5), 호주(46.4) 순이었다. 강민아 서울YWCA 소비자환경부장은 “시장의 전체적인 물가 수준을 고려했을 때 한국의 수입 화장품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부 품목은 실제 구매가격도 한국이 훨씬 비쌌다. 미국 크리니크의 색조 화장품 ‘더마 화이트 브라이트C 파우더’는 현지 백화점에서 2만4700원가량에 팔리지만 국내 백화점에선 5만7000원을 줘야 살 수 있다. 관세 5.3%(약 1300원)를 감안해도 한국이 2배나 높다. 프랑스 시슬리의 ‘휘또 뿌드르 꽁빡트’도 국내에선 12만원에 판매되지만 현지 백화점에선 8만5100원 정도다.

수입가격이 국내에서 과도하게 부풀려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서울YWCA는 립스틱의 수입가격이 평균 4673원인데, 국내 백화점 판매가격은 3만6714원으로 7.9배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는 전기다리미 소비자가격이 수입가격의 2.3배인 것과 비교해도 훨씬 비싼 수준이다.

강 부장은 “독점 수입판매 구조 때문에 원활한 가격 경쟁이 이뤄지지 않은 결과”라며 “수입 화장품의 원가와 이윤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장품업계는 “유통 과정과 화장품 산업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익명을 원한 외국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국산 화장품도 외국에 나가면 국내 판매가보다 1.5~2배 비싸게 팔린다”며 “원가만 볼 게 아니라 브랜드 가치와 연구·개발비, 인건비, 물류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용석/민지혜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