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이후 열흘째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사진)의 안위를 놓고 온갖 소문이 돌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차기 지도부 구도가 바뀔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홍콩 빈과일보는 11일 최근 베이징 정가에서 차기 지도부 계승에 관한 ‘플랜 B’설이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존에 알려진 대로 시 부주석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뒤를 잇고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총리직을 맡는 구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리 부총리가 공산당 총서기직을 맡고 왕치산(王岐山) 부총리가 총리직에 오른다는 게 ‘플랜 B’의 내용이다. 후 주석은 현재 공산당 총서기직도 겸직하고 있다.

빈과일보는 시 부주석이 중풍이나 정신적인 문제를 포함해 중병을 앓고 있다는 설과 시 부주석이 지도부 내의 권력투쟁 압력을 견디지 못해 사직했다는 설도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오는 21일 광시(廣西)성 난닝(南寧)에서 열리는 제9회 중국-아세안엑스포에 시 부주석이 참석하기로 돼 있다면서 이 행사에도 시 부주석이 불참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외신들도 시 부주석의 건강 이상설 등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외신은 소식통을 인용, 시 부주석이 운동을 하다 다쳤을 가능성을 다시 제기했다.

이 소식통은 “시 부주석이 (지난 1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의 면담을 취소했을 당시 시 부주석이 평소와 마찬가지로 수영을 하러 갔다가 등을 다쳤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하지만 이 소식통은 시 부주석이 정확히 언제, 어디서 다쳤는지 등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거부했다. 다른 소식통 역시 시 부주석의 측근을 인용해 “시 부주석이 아프긴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고 전했다.

앞서 시 부주석은 지난 10일 헬레 토닝-슈미트 덴마크 총리를 접견할 예정이었으나 사흘 전 이를 취소했다. 이에 따라 왕 부총리가 시 부주석을 대신해 토닝-슈미트 총리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주중 덴마크대사관은 언급을 거부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시 부주석의 상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날과 마찬가지로 “관련 소식을 알려줄 것이 없다”고 답했다.

중국의 ‘미래 권력’인 시 부주석의 공석 보도는 중국 포털사이트에도 소개됐다. 중국의 대표적 포털사이트인 바이두(百度)에는 ‘시진핑, 여러 날 공개활동 안 해’라는 뉴욕타임스의 중문판 기사가 올라왔다.

이 기사는 시 부주석과 관련한 운동 중 부상설, 교통사고설 등 각종 소문을 소개하면서 당국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 부주석의 경미한 심장병 발병설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 기사는 베이징의 인맥이 넓은 정치 분석가가 중국 공산당 관계자로부터 “59세인 시진핑이 경미한 심장병을 일으켰으나 증세가 중하지 않아 최고영도자 자리를 계승하는 데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항간의 소문들은 모두 거짓”이라며 “(시 부주석의 발병이) 제18차 당대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내용의 보도는 전날까지 유지되던 검색 제한이 일부 풀린 가운데 나온 것이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중국 당국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바이두에서 검색되는 홍콩 대공보(大公報)의 ‘시진핑, 외부활동 또 취소. 외교부 설명도 없어’라는 제목의 기사도 시 부주석이 9일째 공개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대공보는 중국의 중앙당교 기관지인 주간 학습시보(學習時報)가 지난 1일 당교 개교식에서 시 부주석이 한 연설 전문을 뒤늦게 실었다는 사실도 전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