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물량 따내라" 해운·조선 첫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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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 규모…7+1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
불황에 과당경쟁 자제…日선사에 공동 대응
불황에 과당경쟁 자제…日선사에 공동 대응
국내 해운·조선업계가 처음으로 컨소시엄을 이뤄 한국전력 발전자회사가 발주하는 장기 운송권 입찰에 참여한다. 최대 4000억원에 이르는 사업으로 불황에 빠진 해운·조선업계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해운7+조선1’ 형태 유력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남동발전을 비롯해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등 발전 5개사 협력체인 발전회사협력본부는 15만t급 벌크선 7척의 용선계약 입찰을 컨소시엄 방식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컨소시엄 형태는 7개 해운사와 배를 발주할 한 개 조선사가 짝을 이루도록 하는 게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본부는 13일 국내 해운사 대표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한 뒤 입찰 형태와 향후 일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발전 5개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용선계약을 추진하는 것은 7척의 계약을 개별 처리하는 것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해운·조선업계의 의견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 형태가 되면 외국 기업의 참여를 봉쇄할 수 있어 국내 업체가 계약을 모두 따낼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은 컨소시엄 구성이 어려워서다. 계약한 해운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지닌 외국 조선사에 배를 발주하는 상황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입찰 조건은 ‘국내에 등록된 해운사’로 일본계 선사인 NYK벌크십코리아가 참여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수주난을 겪고 있는 일본과 중국 조선업계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벌크선 1척당 용선계약 가격은 일반적으로 500억~600억원 수준으로 이번 계약은 최대 4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발전회사협력본부 관계자는 “불황에 빠진 국내 조선·해운업계와 상생을 도모하고 각 발전사들이 선박을 공동으로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공동입찰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외국계 참여 못 막아
국내 해운업계는 그동안 발전사들이 유연탄 운송계약을 일본계 해운사와 체결한 것에 대해 반발해 왔다. 국회는 2009년 대량화물 수송의 입찰 조건을 국적 선사로 한정하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일본계 선사인 NYK벌크십코리아가 여전히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NYK코리아는 일본 선사인 NYK의 100% 자회사로 2006년 한국 선사로 등록했다.
지난 3월 동서발전이 일본계 해운사인 NYK벌크십코리아와 3억달러 규모의 발전용 유연탄 수송계약을 맺은 것을 비롯해 국내 발전사들은 10여년간 일본 및 일본계 해운업체와 총 18척의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했다. 해운업계는 이로 인해 2조6500억원에 해당하는 국부가 유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운업계의 반발이 커지면서 서부발전은 지난 7월로 예정했던 장기수송 입찰을 보류하고 일본계 선사 배제에 대한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이어 지난달 1일 ‘실질적인 국내 선사’만 입찰에 참여시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발의되기는 했지만 강제조항이 아닌 데다 국회를 통과하는 데까지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법적으로는 여전히 국내 선사로 등록된 NYK코리아를 입찰에서 배제할 방법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