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 형제간 이름소송' 3남이 장남 이겼다
대성그룹의 장남과 삼남이 회사 이름을 둘러싸고 벌인 소송에서 법원은 삼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한규현)는 대성그룹 창업자 고(故) 김수근 명예회장의 삼남 김영훈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성홀딩스(옛 대구도시가스)가 장남 김영대 회장의 대성합동지주(옛 대성산업)를 상대로 낸 상호사용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상호를 둘러싼 형제간 법적 갈등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2009년 삼남의 회사는 대성홀딩스로 상호를 변경했고, 장남의 회사는 2010년 대성지주라는 상호로 바꿨다. 같은 해 대성홀딩스는 장남의 회사를 상대로 상호사용금지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 법원은 ‘대성지주라는 상호를 사용하지 말고, 장남 회사가 이를 어기면 1일 2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장남의 회사가 기존 대성지주 상호를 포기했지만 대신 지난해 1월 ‘대성합동지주’라는 유사한 명칭을 내걸며 원래 상호를 포기하지 않자 결국 삼남의 회사는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장남 회사의 ‘대성지주’와 삼남이 선등록한 ‘대성홀딩스’를 비교해보면, 홀딩스와 지주라는 같은 의미의 문구를 대체해 사용하는 등 미세한 차이만 있을 뿐 외관, 칭호, 관념이 비슷하게 보인다”며 “국문 상표뿐 아니라 영문 상표도 서로 유사하다”고 판결했다. 대성홀딩스의 영문 상표는 ‘Daesung Holdings’, 대성지주는 ‘Daesung Group Holdings’다.

재판부는 “상당수 일반 투자자들이 사전에 기업에 관한 자료를 충실히 수집하지 않은 채 주식거래를 하는 점, 대성홀딩스의 설문조사 결과 주식 투자자 29.2%가 두 회사를 혼동했고 11.5%가 상호 혼동으로 주식 거래를 잘못했다고 응답한 점 등을 볼 때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장남의 대성지주 상호 사용에는 삼남의 대성홀딩스 영업을 장남의 사업으로 오인시키려는 부정한 목적이 있었다고 보인다”며 “장남의 회사 매출이 대성홀딩스보다 크다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판결했다.

대성그룹은 2001년 창업주가 별세한 뒤 형제간 분쟁을 겪던 끝에 2009년 김영대 회장의 대성지주 계열과 김영훈 회장의 대성홀딩스 계열로 나뉘었고 차남 김영민 회장의 서울도시가스 계열은 독립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