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30일)이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이맘때면 기업의 선물 구매 담당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선물 고민을 시작한다. ‘가족이나 친지, 지인들에게 어떤 선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하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예산을 짜고, 가격대를 정해 보지만 막상 선물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선물을 받은 상대방이 무성의하다고 느끼지는 않을지, 아니면 너무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을지 망설이게 된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매장을 찾아 선물 카탈로그를 뒤적여봐도 마찬가지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를 반영한 알뜰형 실속제품부터 최상위층 고객을 겨냥한 고가 프리미엄 선물세트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나와 있지만, 선물 고르기의 어려움은 쉽게 덜어지지 않는다.

추석 선물세트 구성을 총지휘한 백화점·대형마트 임원들은 소비자들에게 어떤 상품을 구입하라고 권할까. 한국경제신문은 소비자들이 선물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3사와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상품·마케팅 본부장들로부터 가격대별 선물 추천을 받았다. 업종 특성을 고려해 백화점은 △10만원 이하 △10만~30만원 △30만원 초과로, 대형마트는 △3만원 이하 △3만~5만원 △5만~10만원 △10만원 초과 등으로 나눠 가격대별로 3~5개씩 추천받았다.


◆백화점, 품격과 실속 담은 단독 상품 추천

올 추석은 태풍 폭염 등의 영향으로 신선식품 가격이 품목별로 엇갈리고 있다. 백화점들은 산지를 다각화하고 직매입을 통해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가격이 오른 청과와 수산물은 용량을 줄이고 불필요한 포장을 줄여 기존 가격대에 맞춘 대체 상품을 다양하게 기획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백화점 상품본부장들은 각 사의 오랜 명절 선물 노하우를 담아낸 단독·기획 상품들을 주로 권했다.

강희태 롯데백화점 전무는 정육(한우) 수산물(굴비 멸치 선어) 과일(사과 배 곶감) 등 명절 3대 상품군과 건강식품·주류 등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고 매출 비중이 높은 품목 위주로 고루 추천했다. ‘까브 롯데 단독 1호’(4만원)는 롯데가 세계 최대 규모의 유기농 와이너리인 칠레 에밀리아나와 단독 기획해 선보이는 와인세트다. 강 전무는 “에밀리아나 유기농법에 대한 특별한 철학이 반영된 와인세트”라며 “싱그러움이 살아 있고 깊고 깔끔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수년째 롯데백화점에서 명절 선물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는 정관장 ‘홍삼정 240g’(18만5000원)도 추천 목록에 올랐다. 대표적인 정관장 제품이자 홍삼부문 베스트셀러로 롯데 상품본부장이 명절 때마다 권하는 ‘1순위’ 품목이다.

박동운 현대백화점 전무는 전국 각지 명인들의 전통식품을 상품화한 ‘명인명촌’ 시리즈를 권했다. 박 전무는 “명인명촌 시리즈는 스토리가 담긴 차별화한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상품”이라며 “소금, 간장, 기름을 모은 ‘미본’과 명인들의 특색과 개성을 담은 ‘삼도삼인’ 등으로 테마를 구성해 모두 30개 품목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명인명촌 삼인감미’(4만원)는 국내산 과일로 만든 잼을 모아 놓은 신규 상품이다. ‘강진 국령애 명인 오디잼’(200g) ‘장흥 김영습 매실잼’(200g) ‘영암 이영숙 무화과잼’(200g)으로 구성했다. ‘명인명촌 미본 흑’(7만5000원)은 문순천 명인이 제주 해역에서 잡힌 등푸른 생선에 무말랭이 귤껍질 등 맛재료를 더해 숙성한 어간장과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인 증도에서 정구술 장인이 만든 토판염, 순창 장류 민속마을 장인들이 재래식으로 빚은 전통간장을 함께 담았다. ‘명인명촌 삼인명차’(10만원)도 올 추석에 첫선을 보이는 품목으로 강화 성원 연잎차와 화순 김선태 뽕잎차, 담양 유수진 무카페인 대잎차 등으로 구성했다.

김성환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은 신세계가 해외에서 단독으로 들여오는 브랜드 식품과 바이어들이 국내외에서 발굴한 수산물 한우 등 신선식품 위주로 추천했다. ‘웨이트로즈 테이스트 오브 이탈리아’(6만8000원)는 영국 고급 식료품 브랜드 웨이트로즈가 이탈리아 미식가들을 위해 선보인 식료품 세트. 이탈리안 드레싱인 선드라이드 토마토 페이스트와 움브리아 꼴리 말타니 올리브오일, 발사믹 비네거, 포모도로 마스카포네 소스, 유기농 스파게티 등으로 구성했다.

‘장명숙 야생차 세트’(6만5000원)는 5월에 야생에서 자란 고엽 감나무잎과 10월에 첫서리를 맞은 뽕잎을 채취해 황토방에서 1차 발효과정을 거친 후 2차 발효실에서 2년간 건조해 자연발효시킨 차를 담았다. ‘훈제 왕새우, 바닷가재 혼합’(15만원)은 대서양 일대에서 어획한 자연산 왕새우와 캐나다에서 직수입한 랍스타로 구성한 세트다.



49만원 최고가 '황제 굴비' 납시오

◆대형마트는 실속형 세트와 안심 먹거리

대형마트 상품본부장들은 1만원 이하 초저가 상품부터 30만원 이상 고가 세트까지 폭넓게 추천했다. 경기 침체로 인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저가선물 수요는 물론 최근 2~3년 새 대형마트에서도 늘고 있는 프리미엄 선물 수요까지 겨냥한 것이다. 올 추석에는 불황을 감안해 예년에 비해 1만원 이하 상품들이 많아졌다. 또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가공식품·생활용품 세트와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을 반영해 청정지역에서 자랐거나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한 신선식품을 추천 목록에 많이 올린 게 특징이다.

하광옥 이마트 부사장은 바이어들이 1년 전부터 전국을 누비며 선별한 신선·가공 식품을 가격대별로 고루 권했다. 매장 판매가나 시세 대비 30% 저렴하게 준비한 ‘이마트 가격혁명 세트’도 추천했다. 명절 음식 장만에 가장 많이 쓰는 식용유로 구성된 초저가 선물세트인 ‘백설 프리미엄 6호’(8800원)와 홍삼 음료와 산삼 배양근 엑기스로 구성한 장쾌삼 발효홍삼 희망 3호(2만7600원)가 대표 상품이다. 실속형 상품으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닭가슴살 통조림과 식용유 중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카놀라유로 구성한 ‘사조 정성 52호’(9900원) 및 이마트 가공식품 선물 세트 중 최다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베스트셀러인 ‘동원 25호’(살코기 참치캔 12개, 런천미트 4개·3만9800원)도 권했다.


‘증도 돌김’(4만6000원)은 이마트 명절선물 추천 목록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단골 품목이다. 하 부사장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보전지역인 신안 증도 갯벌에서 전통 방식 그대로 양식한 원초에 태평 염전의 함초 소금으로 맛을 낸 명품 김”이라고 소개했다. 이마트 추천 상품 중 최고가인 ‘황제 굴비’(49만9000원)는 국내에서 어획되는 조기 가운데 1% 미만인 28㎝ 이상 참조기를 전남 신안 태평 염전의 6년 숙성 천일염으로 맛을 내 굴비 고유의 깊은 맛을 살렸다는 설명이다.

이성철 홈플러스 전무는 이번 추석 시즌에도 대형마트 3사 중 유일하게 먹거리가 아닌 패션·잡화 상품을 추천 상품에 올렸다. ‘미치코런던·킨록 남성 프리미엄 울 3족’(1만2800원)은 고급스러운 사선 무늬 디자인의 정장 양말로, 울 원사를 사용해 일반 양말보다 탄력성이 뛰어나 활동성이 좋으며 수분 흡수력이 좋아 발을 늘 쾌적한 상태로 유지시켜 준다는 설명이다. 이 전무는 1만원 이하 초저가 상품으로 생활용품·식용유 세트가 아닌 한과를 추천했다. 그는 “각종 전병으로 구성된 ‘전통한과 전병세트’(1만원)는 추석에 온 가족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간식세트”라고 소개했다.

‘서울 더 래핑카우 치즈 선물세트’(3만원)는 홈플러스와 프랑스 벨이 공동 기획한 래핑카우의 첫 치즈 선물 세트다. 프랑스에서 생산한 다양한 치즈 제품을 담았다. 이 전무는 안마의자 전문 브랜드 ‘브람스’와 사전 기획해 선보인 상품도 추천 목록에 올렸다. 그는 “정상가 249만원짜리 브람스 안마의자 1000대를 국내 최저가인 119만원에 선보인다”며 “300만원대 안마의자의 다양한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최춘석 롯데마트 상무는 1만원 이하 저가 상품으로 ‘청정 청산도 재래김 세트’(1만원)를 권했다. 최 상무는 “올 1~3월에 남해 바다 완도 끝자락 섬인 청산도 원초를 사전 계약해 구성한 선물세트”라며 “일반 양식장 김과 달리 자연 포자로 생산돼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1865 와인·골프 세트’(4만3000원)는 칠레 와이너리 산페드로와 공동 기획한 상품이다. 국내 와인 베스트셀러인 ‘1865 와인’(까베르네 소비뇽) 1병과 골프공 2개를 함께 담았다.

‘통큰 사과·배 혼합세트’(3만5000원)는 최 상무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실속형 과일 선물세트다. 전남 나주, 경북 안동 등 유명 산지의 당도 높고 품질이 우수한 과일을 엄선해 구성했고, 산지 직거래로 물량을 확보하고 포장을 간소화해 판매가격을 30%가량 낮췄다는 설명이다. 최고가 추천 상품으로는 ‘3년 묵은 천일염으로 간한 명품 알배기 굴비세트 특호’(38만8000원)를 권했다. 최 상무는 “굵은 알배기 굴비만을 선별해 3년 묵은 천일염으로 간한 후 해풍에 정성껏 건조해 깊은 맛을 낸다”고 소개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