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7일 오후 3시35분


한국산업은행은 정보기술(IT)기업 네이블이 코스닥에 상장된 지난 7월19일 이후 4거래일간 보유주식 19만여주를 팔아치웠다. 일부 물량은 공모가(9000원)에 못 미치는 가격대에서 처분했다. 네이블 주가가 상장 첫날 반짝 올랐다가 이후 내림세를 보였기 때문. 남은 12만주가량도 곧바로 매각해 총 28억원가량의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매도 직후 네이블 주가는 6730원으로 저점을 찍고, 두 달여가 지난 현재 70% 급등했다. 산업은행이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었다면 평가가치는 약 36억원에 이른다.

기업공개(IPO) 공모주나 상장 전 주식을 취득한 투자자는 산업은행처럼 상장 직후에 파는 게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공모주가 처음 며칠간 반짝 상승세를 보였다가 이내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부진한 흐름을 보여서다. 그러나 올 하반기 공모주들은 상장 첫날 이후에도 견조한 상승세를 대부분 이어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하반기 공모주 중 70% ‘우상향’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반기들어 신규 상장한 7개 종목 중 5곳이 상장 첫날보다 현 주가(지난 7일 종가)가 더 높다. 네이블뿐 아니라 최근 상장한 나노스 AJ렌터카 우양에이치씨 디지탈옵틱 등도 상장 후 우상향 흐름을 보이는 중이다. 지난달 초 공모가 7000원에 상장된 나노스는 공모가 대비 86.4% 오른 1만3050원을 기록 중이다.

이는 상반기 IPO시장 흐름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올 상반기 상장한 공모주의 70%는 상장 첫날 주가보다 현 주가가 낮은 상태다. 올 들어 첫 상장회사로 관심을 모았던 동아팜텍은 첫날 장중 3만775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주가가 계속 떨어져 ‘반토막’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공모가 거품 해소 때문

공모가가 상장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하는 것은 공모가 ‘거품’이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PO시장이 올 들어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기업들 스스로가 청약 흥행을 위해 ‘몸값’을 낮추고 있다는 얘기다. 오는 13일부터 공모주 청약에 나서는 모다정보통신은 수요예측을 앞두고 희망공모가를 종전 대비 30%가량 낮췄다.

상장심사를 하는 한국거래소도 직간접적으로 공모가 하락을 유도 중이다.

◆공모주시장 중장기투자 기대

증시에선 ‘공모주는 오래 보유하고 있지 않는다’는 게 정설처럼 굳어져 있었다. 하지만 IPO시장 흐름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자, 상장 초기 성급하게 매도하지 않고 기다린 투자자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네이블의 2대주주인 미국계 투자사 알토스벤쳐스의 경우 산업은행과 달리 상장 직후 팔지 않고 69만여주(지분율 14.49%)를 아직도 보유하고 있다. 공모가 기준 27%의 수익을 내고 있다.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하면 이보다 수익률은 훨씬 높아진다. 나노스 주식 75만주(9.3%)를 보유한 포스텍기술투자 역시 아직 한 주도 팔지 않고 있다. 이 주식은 이달 초 보호예수에서 풀려 매도가 가능한 상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