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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증시에서 돈 벌려면 '제3의 정책섹터'를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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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와 경기침체 동시 부담
    종전과 다른 경기대책 필요
    최근 글로벌 증시는 전형적인 정책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주가가 경기실적 같은 기초여건보다 미국 유럽 중국 등 글로벌 경제 중심국들이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가에 더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전형적인 정책수단들은 바닥난 상태다. 특정국이 위기를 맞으면 최우선 순위로 시행되는 재정지출은 더 이상 추진할 수 없다. 유럽은 재정위기가 발생했고, 미국 일본 등은 국가채무가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됐다.

    가장 손쉬운 기준금리 인하도 더 이상 시행하기 어렵다. 대부분 선진국들의 기준금리가 사실상 ‘제로(0)’ 수준이기 때문이다. 유럽은 기준금리를 더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유동성 함정에 빠져 내려도 효과가 별로 없어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고민하는 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 유동성 공급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은 4년 전 리먼 사태나 2년반 전 유럽위기가 시작할 때와 비교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유동성이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 압력이 누적돼 왔다. 이런 분위기에서 종전처럼 단순히 돈을 공급하는 양적완화를 추진하다가는 어느 순간 돈이 돌기 시작하면서 물가가 급등해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각국 정책당국에서는 ‘제3의 정책섹터’가 급부상하고 있다. 제3의 정책섹터는 전통적 정책수단이 바닥난 상황에서 위기극복을 위해 추진하는 비상대책의 부작용을 예방하면서도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말한다. 한때 사회주의의 경직성과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극복하려는 새로운 이념 모델로 주목받았던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과 같은 맥락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은 국가채무를 늘리지 않는 선에서 사용돼야 한다. 경기부양과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새롭게 제시된 것이 ‘페이-고(pay-go)’다. 엄격히 따진다면 새로운 정책은 아니고 1990년대 후반 빌 클린턴 정부 시절에 추진됐던 정책이다. 균형재정승수가 1이라는 것을 이용해 세금과 지출을 동시에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간지언’ 정책도 이 범위에 속한다.

    페이-고 정책은 경기부양 효과가 적은 일반 경직성 부문은 과감하게 삭감(pay)하는 대신 큰 쪽으로 몰아준다(go)는 게 기본 메커니즘이다. 현재 오바마 정부는 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클린턴 정부 시절에도 이 정책을 추진해 재정수지를 균형으로 개선하고 ‘신경제’라는 새로운 용어가 나올 정도로 경기가 회복됐다.

    금리정책은 기준금리를 더 이상 내리지 않고 시장금리를 낮춰야 한다. 소비와 투자는 기준금리가 아니라 시장금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야 금융과 실물 간 연계성이 강화되면서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 이런 의도로 제시된 것이 “제로(0) 금리를 가능한 한 오래 가져가겠다”는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총재의 무제한 초저금리 유지정책이다.

    ‘21세기 구레나룻의 결투’라 불릴 정도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버냉키 총재 간 논쟁이 치열하게 지속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타기팅’은 초저금리 유지정책과 반대개념에서 나온 크루그먼 교수의 부양책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위기 전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2%인 인플레이션 타기팅 상한선을 3~4%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플레이션으로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경제주체들은 소비와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논리다.

    버냉키 총재는 이런 주장에 대해 “무모하다”고 반박한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한 번 자극받으면 걷잡을 수 없고, 경제주체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실질가치가 떨어지면 크루그먼 교수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디레버리지(deleverage)’에 치중해 경기가 더 침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버냉키 총재는 “인플레이션 없는 양적완화를 추진하겠다”고는 연초부터 주장해 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발표한 불태화(sterilization)와 연계시킨 국채매입 정책도 같은 맥락이다. ‘중화(中和)’라고 불리는 이 정책은 국채를 사주는 과정에서 풀린 돈은 물가를 앙등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회수하는 정책을 말한다.

    국채를 매입하되 규모나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무제한’ 국채매입 정책도 제3의 정책섹터다. 종전의 양적완화와 달리 규모와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경제주체들의 기대를 끌고 갈 수 있어 국채매입을 적게 하더라도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 무제한이라고 해서 국채를 쉬지 않고 매입해 무제한으로 돈을 풀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글로벌 증시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제3의 정책섹터는 재정적자 인플레이션 등 현실적인 제약여건하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일종의 고육책이다. 그런 만큼 주가가 종전의 비상대책처럼 단기간에 많이 올라가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면서 정책효과가 드러나는 정도에 비례해 올라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할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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