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5000억원대 다단계 사기 사건을 주도하고 중국으로 밀항한 조희팔씨(55)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이 조씨와 유착했던 게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중국에서 도피 생활을 하던 조씨에게서 향응을 제공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대구 성서경찰서 소속 A경사(37)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7일 밝혔다.

대구지방경찰청에서 근무하던 시절 조씨 사건을 수사했던 A경사는 2009년 5월 중국 옌타이에서 도피 중이던 조씨 등 일당 4명에게서 수십만원 상당 골프·술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경사는 지난해 6월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이들을 만났지만 자신이 인터폴에 적색수배까지 요청한 조씨 등을 체포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A경사가 조씨의 핵심 측근인 강모씨(52)에게서 수억원의 자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강씨를 잡아야 A경사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사기사건’으로 불리는 ‘조희팔 사건’은 조씨 등이 2006년 10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대구를 중심으로 전국에 다단계업체를 차린 뒤 건강용품판매사업으로 3만여명을 꾀어 3조5000억원~4조원을 챙긴 유사수신 범죄 사건이다.

경찰은 2008년 12월 중국으로 밀입국한 조씨가 지난해 12월 칭다오(靑島)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위장사망 의혹이 끊이지 않아왔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내부비리전담수사대 발대식을 열었다. 경찰청 차장 직속인 수사대장은 총경급이며 수사관 7명이 배치된다.

이들은 감찰·감사담당관 및 청렴지원담당관이 수사를 의뢰한 경찰비리를 전담 수사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그동안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실추된 조직의 명예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내부비리전담수사대를 만들었다”면서 “경찰 내부 비리를 척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