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쇼호스트의 수억원 대박 노하우…재치있는 입담에 '그래~ 사자' 공감
“자, 여기 보세요. 이게 일반적인 냉장고 모습이거든요? 이거 정리 안 된거 봐. 막 케첩에서 소스 흘러내리고… 우리집도 이렇다니깐. 오늘 그 해결 방안을 알려드리는 거예요.”

현대홈쇼핑에서 방송하고 있는 ‘헬로우 빅마마’. 방송 진행자이자 요리전문가인 이혜정 씨(56)는 제품 소개에 앞서 ‘일반적인 냉장고 안의 표본’을 카메라 앞에서 보여주며 문제점을 하나하나 지적해나갔다. 이씨가 소개한 상품은 냉장고 속을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블록냉장고 정리용기’.

이씨는 “떡을 비닐봉지에 싸놓고 곰팡이가 생길 때까지 잊고 사는 주부들이 많다”거나 “마트에서 주는 양념용기나 반찬용기는 그날 쓰고 버리라는 거지, 계속 냉장고에 두고 보관하라는 것이 아니다”며 주부들이 공감할 만한 말을 건넨 뒤 방송상품인 정리용기를 소개했다.

○친숙한 언어로 소비자 파고들어

홈쇼핑 장수·대박 프로그램에는 나름 비결이 있게 마련이다. 2008년 6월 현대홈쇼핑에서 전파를 타기 시작한 헬로우 빅마마는 4년3개월 동안 식품, 주방용품, 인테리어 상품 등 주부를 타깃으로 한 상품들을 주로 판매한다. 줄줄이 매진사례를 기록하며 주 1회에서 주 2회(수요일 저녁, 토요일 아침)로 편성을 늘린 이 프로그램은 방송당 최고 8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현대홈쇼핑의 ‘효자프로그램’이다.

강유미 현대홈쇼핑 방송제작팀 PD는 “직접적으로 상품의 장점만을 열거하는 기존 방송방식에서 벗어나 진행자의 재치있는 입담이 돋보이는 ‘재미있는 홈쇼핑방송’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홈쇼핑 쇼호스트의 수억원 대박 노하우…재치있는 입담에 '그래~ 사자' 공감
1998년 전파를 타기 시작해 홈쇼핑업계에서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GS홈쇼핑(브랜드명 GS샵)의 ‘똑소리살림법’ 역시 ‘고객공감’에 초점을 맞춘 방송이다. 2003년부터 이 방송에서 쇼핑호스트(홈쇼핑의 상품을 소개하는 전문가)로 출연한 임효진 씨(36)는 “똑소리살림법의 주요 시청자인 주부들은 살림에 대해 이미 정통하기 때문에 피상적인 정보로는 전혀 설득할 수 없다”며 “같은 주부로서 겪은 일을 친숙하게 전달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을 하기 전 항상 상품을 직접 써보고 제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다음에 방송한다고 전했다.

똑소리살림법은 첫방송부터 6년1개월 동안 방송인 송도순 씨를 진행자로 기용한 뒤 다양한 진행자를 거쳐 지난 4월부터는 박나림 전 아나운서(38)가 진행하고 있다. 박 전 아나운서가 출연하기 시작한 뒤 똑소리살림법의 누적매출은 270억원에 이른다.

○드라마패션·스타일링팁 소개도

홈쇼핑 쇼호스트의 수억원 대박 노하우…재치있는 입담에 '그래~ 사자' 공감
CJ오쇼핑의 ‘셀렙샵’은 최근 방송 중에 드라마 ‘신사의 품격’ 중 한 장면을 내보냈다. 이날 판매된 상품이 드라마 여주인공 김하늘 씨가 착용한 네모난 모양의 가죽가방이었기 때문이다. 진행자인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씨(42)는 “아무리 옷을 잘 입어도 가방이 멋스럽지 못하면 ‘NG’가 되기 십상인 상황에서 쉽게 패션을 완성할 수 있을 만한 가방”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방송된 가방은 5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9년 10월 방송을 시작한 셀렙샵은 정씨가 직접 상품기획·구성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드라마 속의 연예인패션을 그대로 판매하거나, 흔치 않은 해외명품·디자이너제품을 판매한다. 주부들이 주시청자층인 홈쇼핑업계에서는 드물게 20대의 구매율이 높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정씨는 “쇼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가진 것이 셀렙샵의 강점”이라며 “상품을 소개할 뿐 아니라 실제 적용 가능한 스타일링 비법을 알려주거나 새로운 패션 제안을 한 것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트레이닝 바지를 상품으로 소개하면서도 “바지가 포인트이기 때문에 캐주얼하게 매치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하는 식이다.

현대홈쇼핑 ‘헬로우 빅마마’의 진행자 이씨도 방송 중 요리전문가로서의 팁을 들려주곤 한다. 프라이팬 방송을 하면서 ‘고기의 종류에 따라 어떤 후라이팬을 사용하면 좋은지’를 알려주거나 한라봉 방송을 하면서 ‘단맛이 강한 한라봉과 어울리는 드레싱’을 추천해주는 등의 장면이 자주 나온다.

○상품 소개에 엔터테인먼트 살려

홈쇼핑 쇼호스트의 수억원 대박 노하우…재치있는 입담에 '그래~ 사자' 공감
유명 DJ인 최유라 씨(45)가 진행하는 롯데홈쇼핑의 ‘최유라 쇼’는 주부를 타깃으로 주방·리빙 상품들을 ‘똑 소리 나는 주방살림꾼’의 시각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2009년 9월 첫 방송 이후 최근까지 누적 주문금액이 2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주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동규 롯데홈쇼핑 마케팅팀장은 “최유라쇼는 쇼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동시에 갖춘 롯데홈쇼핑의 간판 프로그램”이라며 “최근 3주년을 맞아 각종 웰빙 리빙상품·먹거리와 고품질의 중소기업 상품 등을 더욱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컨셉트로 전격 개편했다”고 말했다.

한편 NS홈쇼핑의 ‘어메이징스타일’ 등이 색다른 진행과 연출로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사고 있으며, 올 1월 개국한 홈앤쇼핑도 중소기업 상품 판매에 주력하며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