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졸 김찬경 등친 고졸 '허박사' 기소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장, 국가정보원 간부 등으로 행세하며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55·구속 기소·사진)에게 접근해 수억원을 뜯어낸 자칭 ‘허박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김 회장의 대출비리를 이용해 수억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원희룡 전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을 배후에서 조종한 것도 이 인물이다.

대검찰청 산하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김 회장이 수천억원대 차명대출을 받은 사실을 알고 그를 협박해 3억8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허모씨(57)를 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허씨는 자신을 ‘허박사’로 소개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CIA 한국지부장 등을 역임했고, 정·관계 유력인사들과 상당한 친분을 맺고 있어 여러 방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처럼 과시했다.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허씨의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장이 전부였지만, 허씨는 자신을 미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이라고 속이고 서울대 출신 모임 중 하나인 ‘초심회’의 고문으로도 활동했다. 허씨는 이 과정에서 원희룡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인 이모 씨(42·구속기소)를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보좌관 자리에서 물러난 뒤 이씨는 A주식회사를 운영하다 김 회장을 만났다. 이씨는 김 회장의 부탁으로 회사 명의를 대여해 김 회장이 저축은행에서 179억원을 불법 대출받게 해줬다. 이후 김 회장이 자신의 차명소유인 ‘아름다운CC’ 골프장의 공사 대금을 조달하기 위해 2000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한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허씨에게 이를 알렸다. 허씨는 이를 빌미로 김 회장을 협박해 돈을 뜯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허씨는 지난해 9월 “불법 대출 사실을 알리겠다”는 취지로 김 회장에게 몇차례 이메일을 보냈으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지난해 10월 이씨와 공모해 온라인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8차례에 걸쳐 미래저축은행의 비리사실을 게재했다. 이후 글을 지워주는 대가로 김 회장에게서 3억8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