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제너럴일레트릭(GE)의 전자레인지 가격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아홉 번이나 바뀌었다. 싸게는 744.46달러에서 비싸게는 871.49달러까지 하루 사이에 가격이 100달러 이상 차이 났다. 베스트바이는 아마존에 대응해 같은 제품 가격을 809달러에서 899.99달러까지 두 차례 올렸다 내렸다.

과거 항공사나 호텔 등이 주로 활용했던 탄력적인 가격 정책이 일반 소비재로 확대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자제품, 의류, 신발, 보석, 생활용품 등 소비재 가격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시간 단위, 심지어는 분 단위로 바뀌고 있는 것. 소매업체들은 ‘가격 조정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 경쟁사의 가격 동향 등에 따라 가격을 실시간으로 조정하고 있다.

가장 자주 가격을 바꾸는 건 아마존에 입점해 있는 웹스토어들. 소비자들이 가격 비교를 위해 검색할 때 자사 제품이 가장 먼저 뜨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어린이 의류 업체인 쿠키스는 아마존의 상위 랭킹에 들기 위해 15분마다 가격을 바꿀 정도다.

이 같은 전략은 1990년대 초 항공사들이 먼저 시작했다. 좌석 판매 상황과 경쟁사들의 가격 동향에 따라 가격을 조정한 것. 수요가 적으면 가격을 내려 판매율을 높이고 수요가 많으면 가격을 올려 최대한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호텔들도 곧 같은 시스템을 도입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소매업체들도 이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가격 조정 소프트웨어 업체인 머센트콥의 에릭 베스트 최고경영자(CEO)는 “한 시간에 200만개 제품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며 “고정 가격은 과거의 유물이 됐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가격 경쟁은 좋은 일이지만 변동이 너무 심해지면서 온라인 구매가 성가신 일이 돼가고 있다. 계속해서 가격이 바뀌면서 다른 사람보다 더 싸게 물건을 사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