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기업 자산규모가 세계 최대라고 한다. OECD가 28개 회원국들의 공기업 가치를 비교한 자료(2011년 8월)를 분석한 결과 한국이 1776억달러로 1위였다는 것이다. GDP와 비교한 공기업의 경제비중도 한국이 16.8%로 평균치의 1.7배에 달했다. 노르웨이 핀란드 같은 일부 고비용 고복지 유럽국가와 체코, 폴란드처럼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나라 정도만 우리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활기찬 시장경제를 말하기에는 아직도 시기상조라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비대한 공공부문을 거느린 경제가 효율성이 낮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공기업의 사업 영역은 무엇보다 경쟁이라고는 없는 무풍지대다. 공기업이 조직과 인력을 늘리고 사업영역을 넓혀갈수록 민간부문은 위축되고 경제의 동맥은 막히게 된다. 한국 경제의 공공부문 의존도가 세계적으로 상위권이라는 이번 OECD 보고서는 그런 점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독일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의 공공부문 의존도가 5% 이하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공기업 개혁 없이는 경제선진화,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 같은 캐치프레이즈는 모두 공허한 정치적 구호일 뿐이다. 도로 전력 같은 분야를 민간업체가 100% 담당할 수는 없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공기업은 언젠가는 소멸돼야 할 존재라고 봐야 한다. 역대 정권마다 공기업 민영화와 조직 축소 등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은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예외없이 헛구호가 되고 만 것이 현실이다. 임기 말에 접어든 MB정부도 마찬가지다.

출범할 때 외쳤던 공기업 민영화는 상생이니 공생이니 하며 정부 규제와 시장개입이 정당화되는 사이에 지금은 찾아볼 수조차 없다. 도처에 큰 정부로 가자는 구호가 넘치는 실정이다. 선거를 앞둔 지금 공기업 개혁을 말하는 정치인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정치권은 온통 시장과 기업을 부수자는 경제민주화 구호만 가득하다.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차기 정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다. 경제민주화란 민간이 할 일을 정부와 공기업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일 뿐이다. 공공부문이 커진다는 것은 경제에 독이 쌓여간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