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보수와 진보 간의 극한 투쟁은 나라의 근본이나 국가를 바꾸겠다는 발상 때문이다. 서로 간의 대결이 정책을 바꾸거나, 정책을 수행하는 정부를 교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보혁갈등의 비열한 측면이나 과격한 양상은 상당 부분 정제될 수 있을 것이다. 우파는 좌파가 집권해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것이고, 좌파는 우파가 집권해도 좌파를 척결하는 정책을 펴지 않을 것으로 보게 된다. 진보와 보수가 ‘국가’가 아니라 ‘정책’과 ‘정부’ 문제를 갖고 경쟁할 때 비로소 상호 공존과 상생의 관계가 열릴 것이다.

《자유, 》는 이 땅에서 자유인으로 살아나가는 데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다양한 각도에서 성찰한 책이다. 오랜 기간 시민단체에서 활동해온 저자가 살며 부닥치며 배운 가치관을 우리의 역사와 현안들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젊은이 중 40%만 이 땅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응답한 씁쓸한 여론조사 결과를 접한 저자가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총체적으로 되짚어봤다. ‘ ’ 는 인터넷에서 ‘뭐니?’를 지칭하는 은어다.

저자는 서울시의 무상급식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본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복지 요구가 무상급식이라고 전제하고 똑같은 공짜 점심을 주고 있다. 과연 그럴까. 더 좋은 시설이나 더 적은 수의 학급에서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도 많다. 하지만 귀신이 나올 것 같은 교실을 보수해야 할 비용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게 현실이다. 공짜 점심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더 유용한 곳에 쓸 예산까지 전용하는 무상복지라면 또 다른 의미의 횡포이고 강제일 뿐이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무상복지를 부르짖는 정치인들의 자비로운 행위 속에는 독재의 싹이 감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에게 시민들은 보호받고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진다. 무상복지의 제공자로 다가서는 정부는 언젠가 간섭하는 정부로 돌변해 시민들의 대리자이기보다 시민들의 관리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시민들이 선출한 통치자들이 시민들을 관리하는 주인으로 격상된다면 그것은 ‘복지의 역설’이다. 정치인들은 백성을 관리하는 목민(牧民)보다 백성의 권익을 대변하는 사민(事民)의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근본 정신이다. 정부는 공동체를 위해 일정한 복지기능을 수행해야 하지만,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생활을 설계해갈 수 있는 토대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저자는 기업인에게는 ‘기업가 정신’이 있는데, 우리 정치인에게는 ‘공인정신’이 없다고 질타한다. 품위가 없고 절제도 없으며 명예의식도 없이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권력을 탐한다고 꼬집는다.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좋은 사례다. 여당은 무조건 감싸고, 야당은 흠집내기로 일관하다보니 후보자 본인의 과거만 있지, 비전에 대해서는 알길이 없다. 정치인들은 면책특권을 이용해 개인의 비밀을 국민의 알권리처럼 폭로하는 것을 본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 저자는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식민지 근대화’란 잘못된 말이라고 단언한다. 근대화, 즉 모더니티란 말은 자유와 평등, 인권 같은 정신적 가치를 반드시 수반하기 때문이다. 일제가 식민지에 철도를 놓고 발전소를 지은 것은 일본 제국주의의 번영을 위한 것이지, 조선인들의 물질적·정신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친일 청산은 제대로 해야 하지만, 개인의 치부를 들추고 벌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우리가 다시 강국에 속박되지 않도록 힘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