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병선 지음 / 경인문화사 / 710쪽 / 5만5000원
한국의 도자기를 공부하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이런 의문들은 중국도자사에 대한 지식 없이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이런 궁금증을 속 시원히 설명해주는 책은 드물었다. 마거릿 메들리의 《중국도자기(Chinese Potter)》처럼 간략하게 흐름을 정리한 책들이 전공자들 사이에서 읽힐 뿐이었다.
방병선 고려대 교수의 《중국도자사 연구》는 그런 연구자들의 학문적 갈증을 해결하기 위한 의도 아래 출간됐다. 710쪽의 방대한 분량이 말해주듯 책의 준비에 들인 저자의 열정은 남달랐다. 2001년 이후 전 세계 주요 박물관을 20차례 이상 답사했고 수많은 해외 전문 학자들과 만나 토론을 거쳤다. 집필 기간만 꼬박 5년이 걸렸다.
저자가 서론에서도 밝혔듯이 이 책은 도자기를 중심으로 한 그릇의 역사를 인간의 역사와 삶 속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금까지의 도자기 연구서들이 대부분 양식의 변천 과정과 예술성 규명에 역점을 둔 데 비해 저자는 도자기의 역사를 그릇의 사용 주체인 인간의 삶과 결합시켜 생생한 도자의 역사를 복원하고 있다. 그렇다고 문화사적 측면의 서술에만 공을 들인 것은 아니다. 도자기의 미학적인 측면도 꼼꼼히 살피면서 시대 배경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조명하고 있다.
책은 모두 13장으로 이뤄졌다. 저자는 먼저 그릇이 무엇인지 정의한 후 신석기시대 도기의 탄생, 진한시대 청자의 출현부터 당삼채, 송대 백자, 원대 청화백자를 거쳐 황실이 생산을 주관한 청대 경덕진 자기까지 중국도자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와 중국인의 삶의 전개 과정 속에서 살피고 있다. 세계사적 관점에서의 검토도 잊지 않았다. 도자기 무역을 통해 중국도자기가 아랍 및 유럽에 미친 영향은 물론 반대로 중국도자기가 외부 세계로부터 받은 영향도 시대별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저자에게 중국도자사 연구의 동기를 부여한 한국도자와의 관계에 대한 기술은 이 책의 돋보이는 부분 중 하나다. 제목은 ‘중국도자사’지만 ‘세계도자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대한 주석과 꼼꼼한 색인도 학술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 책이 나옴으로써 이제 우리 도자사 연구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자사 연구자나 고미술 애호가들에게 가뭄의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