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유동성 위기를 겪던 대우자동차판매와 2009년 결별하자 아주캐피탈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대우차판매가 전속 판매권을 잃는다는 것은 아주캐피탈에 큰 기회였기 때문이다. 당시 대우자동차에 대한 할부금융은 대우차판매의 자회사였던 우리캐피탈이 사실상 독점하다시피했다. 아주캐피탈이 대우자동차 할부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아주그룹 경영전략본부장(부사장)에서 2009년 8월 계열사인 아주캐피탈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윤종 사장은 이 기회를 잡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였다.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일하면서 이런 기회가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주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아주모터스가 한국GM의 판매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백방으로 노력했다.

아주모터스가 판매권을 확보하면 아주캐피탈은 안정적인 할부금융 판매처가 생긴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한국GM은 전국을 8개 권력으로 나눈 뒤 이 가운데 경기남부·강원권역과 대구·경북·제주권역 판매망을 아주모터스에 맡겼다.

판매권을 확보하기 위해 밤을 새워 고생한 날들이 헛되지 않았다. 지금 아주캐피탈은 한국GM 할부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이른다. 아주캐피탈 전체 자산 비중에서 한국GM이 차지하는 비중도 4%에서 15%로 늘어났다.

자동차금융을 하는 회사에 내부 시장(captive market)은 매우 중요하다. 자동차를 판매하는 계열사를 통해 할부금융 상품을 팔면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서다. 내부 시장이 없다면 다른 금융회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고 이는 고스란히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아주캐피탈이 캐피털업계 2위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것도 한국GM을 통한 안정적인 영업 덕이 컸다.

물론 아주캐피탈이 내부 시장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다. 37개에 이르는 영업지점을 신차금융, 중고차금융, 개인금융으로 부문별로 나누고 채권센터(7개 지점)를 영업지점과 분리하면서 전문성을 살리도록 유도했다. 여신업계에서 처음으로 금융연수원과 손잡고 금융아카데미 과정을 개설하는 등 직원들의 전문성 확보에도 노력했다. 고객 중심이라는 경영철학을 업무 전 과정에 반영해 시스템을 바꾸는 노력도 병행했다. 이런 노력으로 회사채 신용등급도 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높아졌다.

○자동차금융 전문기업으로 역량 강화

자동차금융이 전체 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아주캐피탈은 자동차와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표적인 상품이 이달 선보이는 자동차 경매 서비스 ‘오토 스토리(Auto Story)’다. 이는 자동차금융 회사로서 입지를 굳히려는 취지도 있지만 그보다는 고객 서비스를 한층 강화한다는 경영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중고차를 팔 때 번거로운 과정을 없애주면서도 제값 받고 처분하는 길을 열어줄 수 있어서다. 전화 혹은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차량 픽업부터 성능 점검과 경매 진행까지 한 번에 해결해준다. 아주캐피탈은 이를 위해 국내 최대 자동차 경매장인 서울자동차경매장과 업무 제휴를 맺었다. 웹사이트 구축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아주캐피탈 관계자는 “직거래를 통해 차를 팔면 자동차매매상에 처분할 때보다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지만 매수자를 찾고 서류를 준비하면서 드는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꼭 유리한 것도 아니다”며 “오토 스토리는 가장 높은 가격을 주는 경매의 이점에 투명한 업무 진행을 보장하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캐피탈은 경매를 통해 자동차를 매각한 뒤 새로운 차를 구입하려는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안내해주는 등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신용대출과 자동차담보대출 결합 상품인 오토담보론도 판매한다. 오토담보론은 직장인과 프리랜서 등에게 최저 연 9.9%의 금리로 300만~5000만원까지 돈을 빌려주는데 자동차를 담보로 잡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정확히 말하면 자동차가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이 같은 상품이 나온 데는 나름의 연유가 있다. 자동차를 담보로 맡기고 대출받은 사람이 빚을 갚지 못하면 금융회사는 자동차를 가져와서 되팔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잘 팔리지 않거나 수리해야 하는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아주캐피탈은 자동차를 직접 담보로 잡지 않더라도 차가 없는 사람보다 돈을 갚을 수 있는 확률이 높고 금리를 낮춰줄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데 주목했다. 돈을 빌리는 사람에게도 유리하다. 사금융이나 카드론 등 신용대출 기반의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것보다 금리가 낮으면서도 최악의 경우 연체가 발생해도 자동차를 빼앗기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반 개인 신용대출 등 사업 다각화

아주캐피탈은 인터넷 기반의 다이렉트론 활성화에도 적극 뛰어들며 사업 다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0년 사업 첫해에는 대출액이 198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749억원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에도 630억원의 대출 실적을 거뒀다. 한 달 취급액이 1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연내 15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동차금융과 연계한 상품도 내놓는다. 자동차금융을 이용한 고객 가운데 상환 스케줄이 좋은 고객에게는 일반 신용대출보다 낮은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금리는 연 10% 중반이다. 아주캐피탈 관계자는 “성실하고 상환 능력이 있는 고객에게 낮은 금리를 적용해주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며 “최근 들어 은행권에서 논의하고 있는 것처럼 일률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실히 빚을 상환하는 고객에게 금리를 낮춰주는 방식도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주캐피탈은 아주저축은행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도 노력하고 있다. 올 2월부터 본격 영업에 들어간 아주저축은행은 서울에 4개 지점을 새로 개설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할부금융 영업을 허용한 만큼 아주캐피탈로서는 판매채널이 다양해졌다.

아주캐피탈 관계자는 “매출액으로 1등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고객 만족 1등은 놓치지 않겠다”며 “제2금융권에서 존경받는 회사가 되도록 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