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정찬 알앤엘바이오 회장이 앞으로 10년 동안 1000억여원의 개인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

라 회장은 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본인의 보유 주식 부동산 등 재산의 90%를 베데스다생명재단, 예성의료재단, 재단법인 한국기독학술원, 학교법인 중앙학원 등 4곳에 나눠 10년 안에 모두 증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알앤엘바이오 측은 “라 회장이 보유한 주식, 워런트, 비상장주식, 부동산 등의 현재 가치는 1137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는 줄기세포 연구 지원, 난치질환자 치료비 지원, 난치질환자 자녀 교육지원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라 회장은 “갑자기 결정한 건 아니고 5년여 전부터 입버릇처럼 해온 걸 이제 실천에 옮기는 것”이라며 “(재산 환원) 생각이 해가 갈수록 강해졌으며 아예 마음이 돌아서지 않도록 못을 박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회사를 세우고 10여년 동안 연구·개발하다 보니 이제야 성과가 나타나고 국내외에 많이 알려지며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계기”라고 덧붙였다.

라 회장은 이날 그동안의 심경을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사실 2005년 (황우석 사건) 이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불신, 사기가 아니냐는 시선이 늘어 힘든 날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성체줄기세포의 연구 취지는 현대의학으로 치유가 어려운 난치병 환자를 고치는 것인데 ‘돈을 벌려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부담스러웠다”며 “남은 인생을 회사 오너가 아닌 문지기로서 투신할 생각이며 이런 취지가 제대로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10년’이라는 기간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10년 정도 후면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올해 치료비 지원, 장학사업 등 수혜 인원은 100명 정도지만 10년 뒤에는 1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알앤엘바이오는 퇴행성관절염치료제 ‘조인트스템’, 척수손상치료제 ‘아스트로스템’ 등 다양한 성체줄기세포 기반 치료제의 임상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했으며, 롬버그병 버거씨병 등 희귀질환에 대한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미국 터키 등에 기술 수출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라 회장의 서울대 수의대 은사인 이영순 베데스다생명재단 이사장은 “31년 동안 지켜본 제자로서, 알앤엘바이오의 공동 창업자로서 라 회장의 결단이 매우 뿌듯하고 또한 엄숙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