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유럽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아져 영업하기 쉬워졌다.”

국내 50여개 중견·중소기업도 독일 베를린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개막해 5일까지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2’에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제품을 내놓고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컴퓨터, 모니터 등 다양한 전자·가전제품으로 알려진 모뉴엘은 지난해 IFA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지난 4월 프랑크푸르트에 독일 지사를 열었다. 올해는 로봇 청소기와 이온 공기 청정기, 침구 청소기 등 유럽 시장에서 아직은 많이 쓰이지 않는 제품을 들고 나왔다.

허종승 모뉴엘 디자인기획실 팀장은 “유럽 시장에서 여러 대기업이 활약하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가 많이 올랐다”며 “침구 청소기, 공기 청정기처럼 아직까지 유럽 시장에 많이 퍼지지 않은 특화 제품의 실적이 좋다”고 설명했다.

원액기 전문업체 휴롬은 쉽게 과일 주스를 만들 수 있는 ‘슬로 주서’란 제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맷돌 원리를 이용한 제품으로 일반 믹서기로 과일을 갈 때보다 더 많은 영양소를 남겨주는 대신 찌꺼기는 거의 남기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성훈 휴롬 마케팅팀장은 “지난해 IFA에 제품을 선보인 이후 중국에서 카피 제품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며 “내년에는 부스 크기를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했다.

동양매직은 과일 세척기능을 넣은 식기세척기와 스팀 오븐 등 유럽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능을 갖춘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김춘기 동양매직 글로벌비즈팀장은 “지난해 전시기간 동안 상담 수주액 기준으로 200만달러 실적을 올렸다”며 “올해는 500만달러가 목표”라고 전했다.

전시회장 가운데 ‘홀 26’은 한국과 홍콩, 중국의 중소업체들로 꾸며졌다. 서울시와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각각 선정한 총 36개 업체가 부스를 차리고 있었다.

산업용 공조기를 만드는 HNC는 ‘스마트 행거’란 이름의 옷걸이를 내놨다. 내부에 팬이 달려 있어 옷을 걸고 전원을 켜면 바람을 이용해 옷에 남아 있는 냄새 등을 제거할 수 있다.

소완일 HNC 마케팅팀장은 “지난 4월 제네바 국제발명대회에서 상을 받고 상품화에 나선 제품”이라며 “호텔 등 숙박업체들의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생활용품 제조업체 일심글로발은 지능형 유리창 청소 로봇을 선보였다. 자력을 이용해 유리창 안팎에 로봇을 각각 놓으면 자동으로 유리의 크기를 측정해 청소한다. 류만현 대표는 “유럽 바이어들의 반응을 취합해 내년 상반기에 신제품을 발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관 진출 업체를 후원한 KEA 최윤희 전시마케팅팀 차장은 “지난해 상담액 기준 1억달러가량의 실적을 올렸고 올해는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