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당초 4.3%로 예상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기로 했다. 지난해 3.6% 성장에 이어 올해 2%대 성장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내년에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국책 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현재 4% 안팎인 잠재성장률(물가 급등의 부작용 없이 달성 가능한 최대 성장률)을 3%대로 하향 조정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변화된 국내외 여건을 반영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2일 말했다. 정부는 이달 말 국회에 ‘2013년도 예산안’을 제출할 때 내년 성장률 전망 수정치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내년 성장률 전망을 손대기로 한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되는 시나리오를 생각했지만 이 같은 전제가 틀어진 것. 이로 인해 한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에 빠진 상황이다.

여기에 내년 경기 전망도 불투명하다. 미국 정부가 내년부터 감세 조치를 중단하고 긴축 재정으로 돌아서는 ‘재정절벽’ 상황에 빠져들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등 신흥국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기가 급격히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는 대신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의 3.3%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급격한 경기 하락을 막기 위해 당초 계획한 8조5000억원의 재정투자계획을 10조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안도 이달 중순 발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정부의 이 같은 계획에도 불구하고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2%대 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3%대 성장이 가능하려면 3, 4분기에 전분기 대비 1.3% 안팎씩 성장해야 하지만 지난 1, 2분기 성장률이 각각 0.9%와 0.4%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을 3.5%에서 2.8%로, 삼성증권은 3.0%에서 2.5%로 내려잡았다.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유럽 지역 위기가 계속되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2.5% 안팎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