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서먹해진 韓·中관계 복원 나섰다
중국의 차기 국가주석으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과 양제츠 외교부장,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 고위 지도자들이 31일 저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수교 20주년 리셉션에 대거 참석했다. 최근 다소 서먹해진 한·중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중국 측에서 외교적 배려를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열린 리셉션은 양국 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공식 행사다. 주중 한국대사관과 중국 인민대외우호협회가 공동 주최했고 중국과 한국의 주요 인사 및 기업대표 40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 대사관 측은 그동안 이 행사에 시 부주석의 참가를 요청해왔고 시 부주석은 이를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는 시 부주석, 양 외교부장, 왕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외에도 뤄하오차이(羅豪才) 전 정협부주석, 리하이펑(李海峰) 해외동포실 주임, 루하오(陸昊) 공청단제1서기, 리자오싱(李肇星) 전인대 외사위주임 등 장관급 고위 인사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중국의 차관급 인사도 1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각국과의 수교 기념식에 고위 지도자들을 참석시키지만 정치국 상무위원급의 최고 지도자 참석은 주요국으로 제한된다. 최근 러시아와의 수교 60주년 기념식에는 자칭린(賈慶林)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2009년 중·북한 수교 60주년 행사에는 리진화(李今華) 정협 부주석이 참석했다. 2007년에 열린 중·일 수교 35주년, 중·독 수교 30주년 행사에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나왔다. 시진핑 부주석은 지난해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미 수교 40주년 행사에도 참석했다. 반면 과거 한·중 수교 10주년과 15주년 행사 때는 중국 측 주빈으로 각각 자오난치 정협 부주석과 뤄하오차이 정협 부주석이 참석했다. 당시 두 행사 모두 인민대회당이 아닌 일반 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에 시 부주석이 참석한 것은 중국 측이 한·중 수교 20주년 행사에 외교적 성의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시 부주석은 그러나 이날 행사에서 별도의 연설은 하지 않았다. 대신 리센롄(李先念) 전 국가주석의 딸인 리샤오린(李小林) 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이 축사를 했다.

이규형 주중 대사는 이날 축사를 통해 “한국과 중국은 조만간 연간 교역 3000억달러, 1000만명 교류시대를 열 것”이라며 “복잡다난한 지역적 문제로 양국관계가 일시적으로 긴장되고 어려워질 수 있지만 항상 좋은 이웃으로 평화와 번영을 함께 누리는 미래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