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만한 대학도 '부실대학' 낙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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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도 수도권-지방 분리평가 방식도 납득 어렵다"
"학생 충원율이나 취업률, 등록금 인하율 같은 지엽적 지표로 '부실대학'을 선정했다. 어떻게 등록금 수준이 부실대학 지표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기준이라면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 공대(MIT) 같은 세계적 명문도 부실대학인가?"
교육과학기술부가 31일 '2012년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을 발표했다. 하위 15%에 해당하는 이들 대학은 각종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못 받게 된다. 현재 지원받고 있는 정부 사업에 대해서도 지원금 회수 또는 중단 조치를 받을 수 있다. 하위 15% 대학 선정은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추진하는 대학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발표됐다.
특히 국민대, 세종대, 동국대 경주캠퍼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대학들이 부실대학 명단에 포함돼 충격을 줬다. 해당 대학들은 일제히 이의를 제기했다. 지표상의 맹점이 있고 평가방식이 불합리하다는 항변이다.
강병하 국민대 기획처장은 "교수의 연구력, 학생 교육 역량이나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부실대학 선정은 학생 취업률이나 충원율 같은 데 치우쳐 제대로 된 평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방에 비해 각종 지표가 좋은 서울 소재 대학이 선정된 이유가 있다. 재정지원 제한대학의 일부 비율은 수도권과 지방 대학을 분리 평가해 정하기 때문이다.
국민대 측은 "수도권 대학이 대다수 지방대보다 지표가 좋은데 지방 안배 차원 분리 평가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부실대학을 정해 개선 또는 퇴출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수도권·지방 구분 없이 평가하는 게 보다 객관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선정된 대학들은 예술계 비중이 높은 편이란 공통점이 있다. 예술계 학과들의 낮은 취업률이 발목을 잡았다. 교과부는 올해 평가에서 예술계 대학이 '평가 제외'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으나, 여기에는 대학의 전체 인원 가운데 50% 이상이 예술계인 대학들만 해당된다.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용인대 관계자는 "예술계 평가 예외 기회를 줬지만 기준이 엄격하고, 학교가 직접 예외 신청을 할 경우에 한해 인정해줬다"고 말했다. 유독 예술계 관련 기준이 엄격해 형평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과부는 올해부터 남녀 취업률이 차이나는 점을 감안해 성별 취업률을 표준점수(T점수)화 해 계산, 여대생이 많은 학교에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했다. 이처럼 계열별 취업률도 표준점수화 해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케이스가 다르다. 최근 교과부 감사에서 '취업률 허위공시' 사실이 적발돼 추가로 부실대학 명단에 포함됐다.
이 대학 관계자는 "취업률 공시에서 실수가 있었던 점은 인정하지만 이 때문에 부실대학에 포함되면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평가지표들 대부분 우수 또는 평균 이상인데 취업률 공시 실수로 부실대학 낙인이 찍혔다"며 "수시모집 기간인데 재정지원 제한대학 발표 사실을 알면 수험생들이 지원을 대거 취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후폭풍도 거세다. 명단에 포함된 대학들의 경우 총장을 비롯한 보직 교수들이 줄이어 사퇴하는 모양새가 됐다.
강병하 국민대 기획처장은 "부실대학 꼬리표가 붙으면 학교가 입는 타격이 너무 크다"며 "책임을 지고 교과부 발표 시점에 맞춰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관계자도 "재정지원 제한대학 선정 사실을 알고 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며 "선출 절차에 수개월이 걸리는 총장을 제외한 보직교수들은 모두 사표가 수리됐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학생 충원율이나 취업률, 등록금 인하율 같은 지엽적 지표로 '부실대학'을 선정했다. 어떻게 등록금 수준이 부실대학 지표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기준이라면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 공대(MIT) 같은 세계적 명문도 부실대학인가?"
교육과학기술부가 31일 '2012년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을 발표했다. 하위 15%에 해당하는 이들 대학은 각종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못 받게 된다. 현재 지원받고 있는 정부 사업에 대해서도 지원금 회수 또는 중단 조치를 받을 수 있다. 하위 15% 대학 선정은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추진하는 대학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발표됐다.
특히 국민대, 세종대, 동국대 경주캠퍼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대학들이 부실대학 명단에 포함돼 충격을 줬다. 해당 대학들은 일제히 이의를 제기했다. 지표상의 맹점이 있고 평가방식이 불합리하다는 항변이다.
강병하 국민대 기획처장은 "교수의 연구력, 학생 교육 역량이나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부실대학 선정은 학생 취업률이나 충원율 같은 데 치우쳐 제대로 된 평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방에 비해 각종 지표가 좋은 서울 소재 대학이 선정된 이유가 있다. 재정지원 제한대학의 일부 비율은 수도권과 지방 대학을 분리 평가해 정하기 때문이다.
국민대 측은 "수도권 대학이 대다수 지방대보다 지표가 좋은데 지방 안배 차원 분리 평가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부실대학을 정해 개선 또는 퇴출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수도권·지방 구분 없이 평가하는 게 보다 객관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선정된 대학들은 예술계 비중이 높은 편이란 공통점이 있다. 예술계 학과들의 낮은 취업률이 발목을 잡았다. 교과부는 올해 평가에서 예술계 대학이 '평가 제외'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으나, 여기에는 대학의 전체 인원 가운데 50% 이상이 예술계인 대학들만 해당된다.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용인대 관계자는 "예술계 평가 예외 기회를 줬지만 기준이 엄격하고, 학교가 직접 예외 신청을 할 경우에 한해 인정해줬다"고 말했다. 유독 예술계 관련 기준이 엄격해 형평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과부는 올해부터 남녀 취업률이 차이나는 점을 감안해 성별 취업률을 표준점수(T점수)화 해 계산, 여대생이 많은 학교에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했다. 이처럼 계열별 취업률도 표준점수화 해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케이스가 다르다. 최근 교과부 감사에서 '취업률 허위공시' 사실이 적발돼 추가로 부실대학 명단에 포함됐다.
이 대학 관계자는 "취업률 공시에서 실수가 있었던 점은 인정하지만 이 때문에 부실대학에 포함되면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평가지표들 대부분 우수 또는 평균 이상인데 취업률 공시 실수로 부실대학 낙인이 찍혔다"며 "수시모집 기간인데 재정지원 제한대학 발표 사실을 알면 수험생들이 지원을 대거 취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후폭풍도 거세다. 명단에 포함된 대학들의 경우 총장을 비롯한 보직 교수들이 줄이어 사퇴하는 모양새가 됐다.
강병하 국민대 기획처장은 "부실대학 꼬리표가 붙으면 학교가 입는 타격이 너무 크다"며 "책임을 지고 교과부 발표 시점에 맞춰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관계자도 "재정지원 제한대학 선정 사실을 알고 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며 "선출 절차에 수개월이 걸리는 총장을 제외한 보직교수들은 모두 사표가 수리됐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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