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우먼 한00씨(30세, 여). 그녀는 직업상 외부에서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 깔끔한 의상에 맞춰 하이힐을 자주 신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허리 통증 때문에 거동이 불편해지고 뒤뚱뒤뚱 오리걸음처럼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흔히 허리 통증을 느끼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리 디스크가 아닌지 의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조건 허리 디스크로 판단하기에는 허리 질환은 다양하며 그에 따른 정확한 진단과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여성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척추전방전위증’ 역시 허리 디스크로 오인하기 쉬운 질환 중 하나이다. 요통이나 엉치부터 시작한 통증이 다리 바깥부위의 통증까지 진행된다는 점이 흡사 허리 디스크의 증상과 비슷하지만, 허리 디스크와는 엄연히 다르다. ‘척추전방전위증’, 병명은 생소하지만 허리 질환으로 인한 수술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발생률이 높으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요구되는 질환이다. 단순한 허리통증으로 가볍게 여기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은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환자의 90% 가량 50대 이상의 여성, 요즘은 20~30대 젊은 여성층의 발병률도 높아져

척추전방전위증은 쉽게 설명하면, 불안정한 척추관절로 인해 위의 척추가 아래 척추에 비해 앞으로 밀려나와 척추가 어긋나 있는 상태이다. 무리한 허리의 사용으로 디스크의 간격이 좁아지면서 척추마디가 주저앉아 허리관절과 그 주변의 근육이 약해져 발생한다.

발생 원인은 다양하지만, 노화로 인해 퇴화된 척추관절과 인대가 신축성을 잃어 근육량이 줄어들며 발생되는 퇴행성 전위증인 경우가 대다수이며, 흔히 폐경기 대의 여성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여성 자체의 근육량이 남성에 비해 2/3 수준으로 적은데다, 폐경기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의 급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외상이나 잘못된 자세, 무리한 운동과 신체활동 등으로 허리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 혹은 과다한 육체노동을 하거나 오래 앉아 있는 직업을 가진 20~30대의 젊은 층 환자수 역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하이힐을 즐겨 신는 여성들이라면 더욱 더 이 질환에 노출 될 위험이 높다.

이렇게 척추뼈가 제 위치를 잡지 못하고 밀리게 되면 척추신경이 눌리게 된다. 이에 따라 문제가 되는 부위의 척추에 통증과 경직이 생길 수 있으며 움직이면서 체중이 부하되어 요추의 통증뿐만 아니라 하부 전체 통증으로 발전해 보행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서울척병원 척추외과 이성우 원장은 “지속적인 허리와 엉치 통증, 특히 다리 저리는 증상이 심한 경우라면 척추전방전위증을 의심해 볼 만 하다.”며 “그럴 때일수록 정확한 진단과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고 조언한다.

◆비수술 치료로 충분히 완치 가능, 병을 더 키우지 않기 위한 조기 치료 중요

척추전방전위증를 허리디스크 등으로 오인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 하에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척추전방전위증이 허리디스크와 구별되는 증상은 바로 요통으로 이는 퇴행성관절염에 준하여 발생하는 1차적인 증상이다. 이후 병이 진행되면서 하지 방사통 및 간헐적 파행등을 호소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척추전방전위증은 불안정성에 의한 요통, 전위에 동반된 척추관 협착으로 인한 파행, 추간공 협착으로 인한 하지 방사통의 유형으로 나타난다. 척추전방전위증은 X-ray와 MR을 통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질환이다.

척추전방전위증을 제 때 치료를 하지 않으면 척추협착증으로 진행되어 척추와 다리근육의 경직 및 위축으로 자세의 심한 변형을 유발하여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다행히 초기의 척추전방전위증인 경우 수술의 부담을 벗고 비교적 간단한 비수술치료인 ‘경막외신경성형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꼬리뼈를 통해 특수 카테터(관)을 삽입하여 신경 주변의 유착을 박리하고 약물을 주입해 신경 부종 및 염증을 빠른 시간에 감소시키는 치료법이다. 이는 1박 2일에서 길게는 2박 3일정도 입원이 필요하며, 고령의 환자나 당뇨,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수술이 위험한 환자들에게 적합한 치료법이다.

이에 의정부척병원 비수술치료센터 김용찬원장은 “경막외신경성형술은 비절개 시술이기 때문에 출혈 및 감염의 위험이 적어 매우 안전할 뿐만 아니라, 흉터가 없고 신경의 유착으로 인한 통증 역시 거의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수술을 꺼려하는 환자들에게 유용한 시술법”이라고 설명하며,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의 자세 습관과 운동으로 평상 시 허리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고 덧붙였다.

◆바른자세와 운동은 필수! 과체중은 척추건강의 적, 체중관리 필요

튼튼한 척추를 위해서는 바른 자세보다 중요한 게 없다. 의자에 앉을 시에는 엉덩이를 깊숙이 붙이고 허리를 꼿꼿이 편 자세를 유지해야 하며, 바르게 앉는 것이 어렵다면 수시로 자세를 바꿔 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습관적으로 다리를 꼬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5~10분마다 꼬는 다리를 바꿔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바른 자세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규칙적인 운동이다. 일상생활 시, 배 근육과 허리 근력운동만으로도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므로 규칙적인 스트레칭이나 걷기운동을 통해 허리 건강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영 또는 실내 자전거타기 등은 허리의 유연성을 기르고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허리를 무리하게 구부리거나 엎드리는 일을 자제하고, 주로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은 수시로 허리를 펴서 척추의 긴장을 풀어주는 등 평상 시의 자세 습관을 체크하고 올바른 자세 유지에 신경 써야 한다. 무엇보다도 여성들은 과중한 가사노동 및 하이힐을 자주 신거나 숄더백을 매는 동작들은 몸의 균형을 깨뜨리고 척추의 만곡을 무너뜨리게 되므로 더욱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음식조절도 필요하다. 과체중일 경우 척추전방전위증이 더 심하고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