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지 사흘째인 2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타임스포럼에서 만난 맨디 쇼페(39). 텍사스주의 여성 공화당 대의원인 그는 “미트 롬니 후보를 왜 지지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가방 속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들었다. 사진 속 세 자녀(5·9·11세)를 가리키며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면서 “미국이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바로 롬니”라고 강조했다.

이날은 롬니 후보가 등장하지 않았다. 그는 정통 기독교가 아닌 모르몬교도인 데다 군 복무 경험이 없고, 감동을 주는 스피치 능력도 부족하다. “1984년 이후 공화당 대선 후보 중에서 가장 인기 없는 인물”(워싱턴포스트)이란 인색한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이날 타임스포럼의 2만2000개 좌석은 붉은 깃발이 휘날렸다. 정치 전문가들은 “재미없는 롬니에 열광하는 게 아니라 세금 인하, 규제 완화, 재정 지출 축소 등을 골자로 하는 공화당의 ‘작은 정부’에 지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보수주의에 열광하는 공화당 지지파는 누구일까. 미국 스카버러리서치가 2010년 8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유권자 성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조사기간 중 사냥경험(공화당과 민주당 비율 각각 11%, 4%)이 있고 △종교단체에 기부(58%, 39%)를 많이 하며 △폭스뉴스(46%, 16%)를 시청하고 △컨추리뮤직 콘서트(11%, 6%)에 자주 다니는 성향을 갖고 있다. 또 공화당 지지파의 백인 비율은 92%로 민주당(58%)을 압도한다.

공화당 지지파와 민주당 지지파는 국가에 대한 비전이 다를 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공화당원의 투표 참가율도 71%로 민주당(61%)을 웃돈다. 보수적 가치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더 강한 셈이다. 공화당 지지자 중 대졸자 비율은 67%, 민주당은 45%로 교육 수준에서도 차이가 있다.

탬파에 집결한 보수당원들은 이날 ‘오바마의 저격수’로 불리는 폴 라이언 연방하원의원의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이 시작되자 열광했다. “미국을 실업 위기에서 구하고, 번영의 시대로 이끄는 임무를 맡을 것”이라며 운을 뗀 라이언은 “오바마 정부는 어제의 바람을 타고 항해하려는 배처럼 낡은 슬로건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자신의 핵심 아젠다인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 대상 의료보험) 민영화 방안을 민주당이 공격하고 있는 데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메디케어 예산에서 7160억달러를 빼내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법)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오바마의 부자 증세 공약에 대해서도 “부유층을 벌주려고 부자 증세를 하면 결국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칼날을 세웠다.

탬파=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