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후피임약(긴급피임약)을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게 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향후 3년간은 지금처럼 사후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살 수 있고, 사전피임약은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그동안 논란이 됐던 피임약 분류 문제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29일 발표했다.

논란이 시작된 것은 지난 6월7일. 식약청은 일반약과 전문약 구분 기준을 다시 조정하는 내용의 의약품 재분류안을 발표했다. 526개 의약품이 대상이었다. 여기에 사후피임약을 자유로운 판매가 가능한 일반약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반면 사전피임약은 의사 처방을 받은 후 복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했다. 사전피임약과 사후피임약의 운명이 바뀐 것이다.

식약청은 사전피임약은 혈전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의사 처방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댔다. 사후피임약은 1회에 한해 복용하면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하지만 의학계를 포함, 각계가 반대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의학계 일부에서는 사후피임약이 출혈 등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은 사후피임약이 부작용과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데다 사전피임 소홀로 낙태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종교계도 생명존중을 이유로 사후피임약에 대한 반대입장을 내놨다. 또 지난 50여년간 쉽게 이용하던 사전피임약을 전문약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한 반발 여론도 있었다.

김원종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당초 재분류 방침을 철회하면서 “피임약의 분류 체계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대신 여성 건강을 위한 보완대책을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야간진료 의료기관 및 응급실에서 심야(오후 10시~다음날 오전 6시)나 휴일에는 당일분에 한해 사후피임약 원내 조제를 허용하고, 보건소에서도 의사의 진료 후 긴급피임약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