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이후 세계경제 침체로 잠잠하던 국제 유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열대성 폭풍 ‘아이작’이 석유 생산시설 밀집지역인 멕시코만에 곧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유시설 파괴에 따른 유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글로벌 수급 구조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내 도매 휘발유 가격은 최근 갤런당 3.2달러까지 상승해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디젤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다.

유가가 오르는 것은 아이작 때문이다. 아이작은 멕시코만을 가로질러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올리언스 남부를 덮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위력이 세지고 있는 아이작의 상륙이 임박하면서 멕시코만의 석유업체들은 생산시설의 78%를 폐쇄했다. 천연가스 생산도 48% 줄였다.

멕시코만은 미국 석유 생산의 4분의 1, 천연가스 생산의 7%를 차지하고 있어 해당 지역의 생산 차질은 미국 전역의 수급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멕시코만에서는 해안에 있는 정유공장 12곳이 추가로 생산을 중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공장은 미국 석유 생산량의 16%를 맡고 있다.

유가 상승은 국지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고 있다. 아이작과 관련이 없는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지난주 배럴당 115달러까지 오르며 6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유가만 오르는 게 문제”라며 “석유제품 가격 상승이 정치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