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자기PR' 덕에 '無토익'에도 현대차 입사했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현대자동차 신입사원 문혜욱 씨
스펙으로 평가받기 싫어 대기업 망설여
현대차 자기PR 내 스토리를 한번 보여주고 싶었어요
용접공 아버지 하고싶은 일 행복한 일 해라 절 믿어주셨죠
제 삶은 남과 다르지만 틀리지 않았다 확신에 기뻐
스펙으로 평가받기 싫어 대기업 망설여
현대차 자기PR 내 스토리를 한번 보여주고 싶었어요
용접공 아버지 하고싶은 일 행복한 일 해라 절 믿어주셨죠
제 삶은 남과 다르지만 틀리지 않았다 확신에 기뻐
그의 5분간 자기PR은 완벽했다. 미술사학도의 예술과 자동차 문화마케팅을 접목한 제안에 심사위원들은 깜짝 놀랐다. ‘사고의 영역이 뚫려 있는 친구다. 저런 발칙한 발상을 하다니….’ 지난 3월11일 현대차 잡페어 시즌3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까지 내려간 한 미술사학도의 발걸음은 헛되지 않았다.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행복한 꿈을 꿨다. 그리고 그 꿈은 3개월 뒤 현실이 됐다. 올 상반기 현대차 공채 25기로 입사한 문혜욱 씨(28)의 이야기다. 지난주 화요일 수습교육을 마치고 부서 배치를 기다리고 있는 문씨를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만났다. 여자대장부 스타일에 걸걸한 말투…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아우라가 느껴졌다.
▷어떻게 잡페어에 참가하게 되었죠.
“원래는 대기업에 취직할 생각이 없었어요. 저를 몇 줄의 스펙으로 평가받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현대자동차 자기PR과 같이 내 삶의 스토리를 알아봐 주는 회사라면 한번 나를 보여 주고 싶었어요.”
▷어떻게 PR을 준비했나요.
“잔가지를 쳐내는 작업을 했어요. 이것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해요. 자료는 최대한 많이 준비했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전부 다 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자신의 장점을 이야기하려다 보면 이 얘기도 중요할 것 같고 저 얘기도 빼먹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핵심을 어필하지 못하게 돼요. 이것이 취준생의 가장 큰 실수입니다.”
▷자기PR 팁을 준다면.
“남들은 어떻게 할까. 합격한 선배들은 어떻게 했을까를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남을 의식하면 자기 얘기를 못해요. 곰곰이 생각하면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강점이 있죠. 그걸 믿으세요.”
문씨가 8년 홍익대학교·홍익대학원(미술사 전공) 생활동안 가장 열정적으로 한 것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미술·문화유산 답사를 한 일이다. “친구들이 영어학원에 다니는 동안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아트페어에 참가해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어요.” 비록 힘은 들었지만 이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자산이 됐다. 남과 똑같은 스펙을 쌓는 대신 이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자신만의 깊은 통찰력과 트렌드를 꿰뚫는 센스가 됐다.
▷미술은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나요.
“아버지는 용접공이세요. 아버지와 손잡고 미술관에 간 적은 없었어요. 하지만 제게 항상 말씀하셨죠 ‘뭘 하든지 네가 하고 싶은 것, 행복한 것을 하라’고. 저를 믿어주신 그 믿음이 저를 만든 것 같아요. 그 믿음에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고 싶었어요.”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노는 데는 절대 빠지지 않았지만 집중력이 좋은 편이어서 벼락치기에 능했던 것 같아요. 수능도 취업도 벼락치기로 들어온 것 같아요. ㅎㅎㅎ.”(문씨는 홍익대 미대를 수석 입학했다. 그리고 현대차 면접 때도 국내영업마케팅 지원자 중 1등으로 입사했다)
▷유적답사에 대한 얘기를 해주세요.
나 책으로만 보는 유물은 한계가 있었어요. 중요한 것은 실견(實見)입니다. 책으로만 보던 유물을 실제로 보면서 그 엄청난 아우라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무엇보다 추천하고 싶은 코스는 지리산 답사입니다. 저는 이곳을 세 번이나 찾았어요. 화개장터에서 시작해서 10리 벚꽃길을 따라 올라가면 쌍계사가 나와요. 그곳에서 백숙 먹고 평상에 누워 밤하늘 별을 보며 후배들과 이야기하던 때가 지금도 그립네요.”
현대차 잡페어(Job Fair)는 새로운 사고와 가능성을 지닌 인재를 찾기 위해 마련한 현대차만의 열린채용 설명회다. 지금까지 3회를 거치면서 자기소개서와 스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대차DNA를 가진 젊은이에게 입사 기회가 주어졌다.
‘5분 자기PR’을 통해 사회가 규정한 틀이 아닌 자기 주관의 뚜렷한 삶을 살아온 지원자에게 서류전형을 면제하고 있다. 문씨는 지난 상반기 잡페어 시즌3 때 자기PR을 통해 서류전형을 면제받았다.
▷인적성·면접 공부도 했나요.
“인적성시험은 굳이 공부하지 않았어요. 적성이 안 맞는데 굳이 공부해서 꾸역꾸역 입사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수능처럼 준비하는 친구들을 보면 좀 안타까워요. 상대적으로 서류전형을 면제받아서 남보다 더 많은 시간을 면접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어요. 저는 오직 현대차만 지원했기에 다른 기업 합격자 발표날 괜히 마음 졸일 필요도 없었죠. 선택과 집중이 이래서 중요한 것 같아요.”
▷미술학도로서 자동차를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저는 기술과 차의 구조·원리는 과감히 포기했어요. 대신 제가 가장 잘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을 집중 연구했죠. 현대차에서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전공과 관련된 답변을 준비했어요. 물론 현대차 매출이나 국내외 포지션, 주가, 계열사, 차종 등의 기본 정보는 익혀두는 게 필요해요.”
▷면접 땐 어떤 질문을 받았죠.
“면접위원들이 정말 질문을 많이 했어요. 거의 핑퐁게임 하듯 질문을 제게 쏟
냈죠. 기억에 남는 질문은 입사 후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시키면 바로 퇴사할 것 같다는 말씀 그리고 현대차와 BMW를 비교해 보라는 거였죠. 면접이 난생 처음이었기에 정말 재밌었어요.”
▷합격통지를 받았을 때 어땠어요.
“너무너무 좋았어요. 그동안 제가 살아온 길이 남과 달랐지만 틀리지는 않았구나. 저 스스로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영어토익 점수도 없는 저를 뽑아준 현대차에 감사했어요.”
▷현대차에서의 꿈은.
“우선은 다양한 직무경험을 하고 싶어요. 저와 현대차의 장점이 어우러져 현대차 전체 이미지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인터뷰 말미에 그는 최근 읽은 책 《니체는 나체다》의 한 구절을 이야기했다. ‘니체는 말한다. 존재는 벗어야 그 본질을 알 수 있다. 나무의 본질은 나목일 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문혜욱 씨는 토익점수 하나 없었지만 진정 빛나는 사람이었다. 그 빛이 앞으로 현대차에서 끝없이 빛나길 마음속으로 바랐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