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만 욕하다가 이제 어떡할 건가요.”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모바일 선거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파행으로 치닫자 이를 지켜보던 일반국민뿐 아니라 야권 지지자들의 시선도 싸늘해졌다. 민주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1960년 3·15 부정선거로 이승만 정권이 무너졌듯이, 민주당은 제주 부정 경선으로 사실상 수명이 끝났다”며 “이제 박근혜 후보만 신나게 됐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4·11 총선 때 그 좋은 상황에서 제1당도 못해놓고 또 이 난리들이냐”며 “이제 후보들 간 밥그릇 싸움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쏘아붙였다.

반전과 역전이 있는 드라마로 후보와 정당 지지율을 한껏 끌어올리겠다던 민주당 경선 계획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이 ‘선거 혁명’이라고 홍보했던 모바일 선거가 결국 부메랑이 됐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7일 각 후보 측 대리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울산의 모바일 투표 결과 데이터(로그파일)를 검증하고 시스템 개선을 약속했지만, 이미 물이 엎질러진 뒤였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당 선관위와 지도부에 있다는 지적이다. 손학규·김두관·정세균 후보 측이 문제가 있다고 제기한 모바일 투표 방식으로 인해 제주에서 발생한 무효표만 전체 유효 투표수의 3%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후보 측 관계자는 “ARS 응답 과정에서 기호 4번까지 듣지 않고 기호 1~3번만 누르고 끊어버리면 무효표가 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여러 차례 당 선관위에 개선을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당 지도부는 모바일 경선 문제점을 완전하게 해소하지 않은 채 지난 26일 손·김·정 후보의 불참 속에서 울산 경선을 강행하고, 그 결과까지 공표했다.

세 명의 비문(非 문재인) 후보들 역시 비난을 면키 어렵다. 제주 경선 판세를 낙관하다가 뒤늦게 낮은 득표율이 나오자 판을 엎어버린 꼴이 됐다. 당 관계자는 “일반국민들 경선 참여 비율이 약 99%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당원을 중심으로 조직 동원에 승부를 걸었던 비문 후보 캠프에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자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대선 경선을 놓고 ‘특정 후보의 추대식’이라고 비판하던 민주당이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이호기 정치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