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배심원 '텃세'에 삼성 '패배'] 삼성, 애플의 '판매금지 공세'차단 주력…LTE특허로 반격 나설 듯
26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회의가 이어졌다. 삼성은 미국에서 발표된 애플과의 특허소송 평결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최 실장은 기자와 만나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전자에서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만 했다.

삼성은 재판에서 지더라도 4 대 6, 최악의 경우에도 2 대 8 정도를 예상했다. 하지만 25일 오전 미국 배심원 평결에서 일방적으로 패하자 큰 충격을 받았다. 하루가 지난 26일 삼성은 분노 표출을 자제하면서 신중하게 대처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애플이 중요한 고객인 데다 미국 루시 고 판사의 최종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제품 판매 감소 우려

이번 평결로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카피캣(모방범)’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10년 북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9.7%에 불과했지만 올해 2분기에 23.3%로 애플(33.1%)을 뒤쫓고 있다. 평결에 따른 이미지 악화로 애플과의 점유율 격차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플은 이번에 특허 침해를 인정받은 삼성전자 제품에 대해 1주일 내에 판매금지 신청을 할 방침이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삼성전자는 갤럭시S·S2, 갤럭시탭, 갤럭시탭10.1 등의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된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리면서 다른 국가의 소비자들도 비슷한 인식을 가질 수 있다. 전 세계 150여개 국가에서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선 커다란 악재인 셈이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건희 회장에 이어 그룹 2인자로 평가받는 최지성 부회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것도 그 방증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평결의 여파가 갤럭시S3 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상황을 수습한 뒤 롱텀에볼루션(LTE) 등 통신특허를 무기로 반격에 나설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갤럭시S3는 계속 팔릴 것”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갤럭시S3의 경우 애플이 주장한 기존의 특허를 다 피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또 (소송을) 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 특허는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모두 비침해 인정을 받은 것”이라며 “화면을 키우고 터치패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기능적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갤럭시S3는 지난 6월 미국 시장에 출시됐다. 바클레이즈캐피털은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에만 1500만대에 이르는 갤럭시S3를 미국시장에 판매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배심원들은 평결에서 삼성전자는 기기 1대당 약 12.5달러의 배상액을 물도록 했다. 애플은 갤럭시S3에 대해서도 동일한 특허 침해를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이미 지난 6월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갤럭시S3의 판매금지 가처분을 앞서 신청한 갤럭시넥서스와 함께 다뤄줄 것을 요청했지만 법원은 별도로 신청하라며 이를 기각했다. 아직까지 애플은 갤럭시S3에 대한 판매금지 요청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21세기 세계 대전은 기업 간 전쟁

삼성은 애플의 공격에 따른 이번 평결에 대한 의견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미국 판결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종료된 이후 반격을 위해 내놓을 카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판과 마찬가지로 통신과 관련된 특허를 주무기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4세대 LTE 통신 기술이 핵심이다.

내달 시장에 공개될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이 LTE 네트워크를 지원할 경우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주 중인 애플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업체들이 일제히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예전에는 총과 칼을 든 전쟁이었지만 21세기의 세계 대전은 기업 간의 전쟁”이라는 삼성 고위 관계자의 말도 이 같은 반격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판은 25일 시장조사기관 IDC의 알 힐와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큰 금액의 애플세(稅)가 있을 수 있다”며 “스마트폰의 가격이 더 비싸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힐와는 “결국 소비자들이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우/김현석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