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그리스가 요구하고 있는 긴축 달성 기한 2년 연장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스가 긴축 약속을 못 지키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3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의무를 준수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현재 그리스를 실사 중인 ‘트로이카(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의 보고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가 추가 구제금융을 받으려면 약속한 대로 2014년까지 115억유로를 긴축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리스 연합정부는 이달 초 2년 내 115억유로를 긴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연정은 보름도 안 돼 긴축 달성 기한을 2년 늘린 2016년으로 해줄 것을 요구했다.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사회당이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에게 이행기간 연장을 강력히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장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회당은 긴축정책 자체를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트로이카’가 그리스 긴축 정책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공산이 크고 그리스는 다음달 예정된 구제금융 335억유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리스의 국고는 거의 바닥난 상태다. 단기 국채를 발행해 만기가 돌아온 국채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구제금융을 받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가 돼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퇴출)가 현실화될 수 있다.

한편 다음달 12일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재정위기 국가 지원에 반대하는 사회당이 다수당이 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독일과 함께 유럽의 ‘돈줄’ 역할을 해온 네덜란드가 자금 지원을 반대할 경우 스페인과 그리스 등에 대한 구제금융 집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