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장애를 앓으면서도 자신보다 더 힘든 중증 장애인을 돌보기 위해 장애인 교육에 매진한 늦깎이 대학 졸업생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1급 시각장애인의 몸으로 26년간 장애인 교육에 헌신한 정지훈 씨(54·사진). 그는 24일 열린 대구대 2011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일반대학원 특수교육과 시각장애아 교육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 씨는 국내 첫 중증 시각장애인 요양시설 '여주 라파엘의 집'을 설립하는 등 평생을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장애인 교육·복지에 힘 쏟았다.
정 씨는 5살 때 불의의 사고로 양쪽 눈을 실명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었다. 그러나 정 씨는 좌절하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시각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특수교사가 되기로 한 그는 대구대 특수교육과에 입학했다.
이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장애인들을 가르치면서 더 큰 꿈을 갖게 됐고, 중증 시각장애인들의 교육과 재활을 위한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정 씨는 국내 최초로 시각장애인 종합복지센터 여주 라파엘의 집을 설립했다. 이어 중증 장애인의 학습권을 위해 경기도에서 시설 내 순회교육을 시작했고,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을 위해 '라파엘 문화예술단' 창단을 주도했다. 정 씨는 이러한 공적을 인정받아 올 4월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권익 증진으로까지 확대됐다.
이번 박사 학위 논문의 제목도 '시각중복장애학생 어머니의 양육환경과 양육부담감이 건강관련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이다. 그는 논문에서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에서 시각장애인을 자녀로 둔 어머니들의 건강이 본인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정 씨는 "뒤늦게 박사 공부를 시작해 8년여 동안 아프기도 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는데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 이렇게 졸업까지 왔다" 며 "졸업이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처럼 새로운 다짐과 각오로 시각장애인들을 돌보는 일에 매진하겠다" 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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