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지난해 이미 전형료 인하" 나홀로 행보

주요 대학들이 올해 대입 수시모집 전형료를 인하키로 했다. 대학이 수험생을 대상으로 '전형료 장사'를 한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대학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국 96개 대학이 전형료를 내렸거나 내리기로 결정했다. 서울대를 비롯해 연세대 성균관대 서강대 중앙대 등 주요 대학들도 대부분 동참했다.

강문식 전국대학교 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은 "협의회 차원에서 수시 전형료 인하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돼 서울대, 연세대를 필두로 대학들이 전형료를 내리기로 했다" 며 "전형료가 4만 원대 이상인 대학들은 대부분 인하 움직임에 함께 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올해 수시모집 전형료를 모두 5000원씩 인하해 일반전형 전형료(미술대학 제외)는 4만5000원이다. 국립대인 서울대는 주요 사립대에 비해 전형료가 싼 편이지만 정부 시책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전형료를 내렸다.

서강대와 성균관대, 중앙대 등도 전형료를 5000원씩 인하해 일반전형 기준 6만5000원이 됐다. 수험생·학부모 부담을 덜어주자는 의미다.

이욱연 서강대 입학처장은 "입학처장들도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대학이 전형료를 내려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고 말했다. 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도 "전형료 인하는 협의회 차원에서 얘기가 나오기 전부터 결정해 놓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주요 대학들이 일제히 전형료를 내리는 가운데 고려대는 올해 전형료를 인하하지 않았다.

이는 고려대가 앞서 지난해 전형료 인하 방침을 밝혔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고려대는 전형료를 내리지 않았지만 일반전형의 전형료가 6만5000원으로 다른 주요 사립대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주요 대학들이 전형료 인하 방침을 밝힌 가운데 '마이 웨이'를 걷는 고려대가 비판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등록금을 전년도에 인하했다고 해서 다 같이 내릴 때 '나 홀로 동결' 하면 욕 먹기 십상" 이라는 귀띔이다.

이렇게 되면 대학들의 전형료 수입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입시부터 수시 지원 횟수가 6회로 제한되는 데다 전형료까지 내렸기 때문이다.

이찬규 중앙대 입학처장은 "지원 횟수 제한에 따라 전체 대학 수시모집 지원자 수가 약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며 "여기에 많은 대학이 전형료 자체를 내리므로 대학들의 전형료 수입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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