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올해 44조 팔린 ELS·DLS, '디폴트 리스크' 에 무방비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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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켓인사이트 8월 22일 오후 3시 48분
주식연계증권(ELS) 파생연계증권(DLS) 등 파생구조화 상품이 ‘디폴트(채무 불이행) 리스크’에 무방비인 상태로 올 들어 44조원가량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ELS DLS는 주식이나 금리 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이다. 그러나 본질은 일종의 무담보 회사채로, 펀드와 달리 상품을 발행한 증권사가 부도를 내면 원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투자자 대부분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ELS를 ‘펀드의 대체재’ 정도로 인식한 채 앞다퉈 가입하고 있다. 자칫 증권사에 문제가 생길 경우 투자자들이 대거 손실을 보는 ‘ELS 대란’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만 주식형펀드 수탁액 육박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증권사들의 ELS·DLS 발행 규모는 44조원에 이른다. 상반기에만 사상 최대 규모인 38조5256억원이 발행된 데 이어 지난달에도 5조5000억원가량 판매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발행 규모만으로 국내 주식형펀드 수탁액인 71조1922억원(20일 기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화 상품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기초자산 움직임에 따라 10% 안팎의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주식거래 급감 속에 구조화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ELS·DLS는 기본적으로 증권사가 발행하는 일종의 무담보 회사채라는 점이 간과된 채 팔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펀드는 고객 자산이 분리 운용돼 자산운용사가 부도 처리되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지만 구조화 상품은 발행 증권사가 망하면 투자자는 무담보 채권자로 후순위에 속해 원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한 대형 증권사 ELS 담당 부장은 “신용등급이 다른 증권사가 똑같은 구조를 가진 ELS를 발행해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ELS 금리에 차이가 없다”며 “후순위채 성격이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LS 자산 별도 예치 방안 검토
얼마 전 문제가 터진 저축은행들과 달리 증권사의 부도 위험은 크지 않다. 구조화 상품은 장외파생상품 업무 인가를 받은 국내 23개사, 외국 11개사만 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선제적으로 투자자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직전 개인들을 대상으로 ELS를 엄청 발행했다가 부도를 냈던 것처럼 한국판 ‘리먼 ELS’ 사건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순섭 서울대 교수 등에게 발주한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 연내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증권사들이 투자자의 ELS 자산을 신탁이나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별도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ELS 자산을 별도 관리하면 비용이 늘어나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ELS 기대수익이 낮아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