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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거스타 80년 '禁女의 벽'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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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이드 Story] 라이스 前 美 국무장관 등 2명 회원 '깜짝 허용'

    페인 회장 "골프 열정 대단" 10월 그린재킷 입고 가입식
    "사내들만의 모임 그만" 버핏, 쓴소리 효과 분석도

    80년간 여성회원 금지를 고집해오던 오거스타의 ‘금녀의 벽’이 마침내 허물어졌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마스터스골프토너먼트를 개최하는 오거스타내셔널GC의 빌리 페인 회장은 21일(한국시간)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57)과 투자회사인 ‘레인워터’의 부회장 달라 무어(58)가 새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발표했다. 페인 회장은 이날 이메일 성명을 통해 “항상 그랬듯이 시간을 두고 새 회원 후보의 자격 심사를 엄격히 진행했다”며 “두 여성이 골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고 회원들의 지지와 신망을 받고 있다”고 이들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라이스와 무어는 올가을 골프장 문을 다시 열 때 그린재킷을 입고 가입식을 갖는다. 오거스타는 마스터스 직후 문을 닫은 뒤 10월 중순에 재개장한다.

    1980년 케미컬은행 재직 당시 여성으로 최고 연봉을 받았던 무어는 후티 존슨 전 오거스타 회장과 친분이 두텁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동문인 둘은 3억달러의 대학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뛰기도 했다. 라이스는 최근 USGA(미국골프협회) 이사들을 지명하는 위원으로 선발되는 등 골프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라이스와 스탠퍼드대 동문인 타이거 우즈는 “오거스타의 결정이 골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나의 친구 라이스가 가입돼 반갑고 축하한다”고 말했다.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 있는 오거스타GC는 1933년 골프의 명인으로 불리는 보비 존스와 월스트리트의 자본가인 클리퍼드 로버츠 주도로 문을 연 이후 남자만 회원으로 받아왔다. 1990년 론 타운센드 ‘개닛TV’ 회장을 시작으로 흑인에게 문호가 개방됐으나 여성은 허용하지 않았다.

    2002년에 마사 버크 전미여성조직위원회 회장이 오거스타에 “여성 회원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해 대중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오거스타는 “우리는 사내들만의 사교 모임”이라며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토머스 위먼 전 CBS 최고경영자(CEO)와 존 스노 전 재무장관 등 2명의 회원이 탈퇴했다.

    올해는 마스터스의 오랜 후원사인 IBM CEO로 여성인 버지니아 로메티가 임명되면서 관례대로 자동 회원 입회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으나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올해 마스터스 챔피언 버바 왓슨까지 나서 오거스타의 여성 회원 금지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오거스타 회원이자 벅셔해서웨이 회장인 미국의 억만장자 워런 버핏(81)도 클럽 문제와 관련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공개적으로 “내가 만약 클럽을 운영한다면 많은 여성 회원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래도 오거스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미국 PGA투어의 팀 핀첨 커미셔너는 “마스터스는 PGA투어에 너무나 중요하다. 우리는 투어를 개최하는 골프장이 여성이나 소수 민족을 차별하는지 여부를 주의 깊게 보지만 마스터스는 예외”라고 면죄부를 주기도 했다.

    오거스타 회원은 오로지 초청에 의해서만 이뤄진다. 어떤 가입 절차도 없다. 회원 수는 300명 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빌 게이츠, 버핏, 잭 웰치 등 일부 유명 인사를 제외하고는 외부에 회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04년 USA투데이에서 비밀에 부쳐왔던 오거스타 회원으로 추정되는 명단을 공개했다. 그 보도로 오거스타의 은밀하고 독립적인 운영체제의 이미지가 벗겨졌는데 고리타분한 남자 퇴직자들의 커뮤니티 같은 인상을 주게 됐다. 평균 연령은 70세를 훌쩍 넘었고 알려진 이름도 실망스러울 만큼 소수였다. 상당수가 동네에 사는 회원들이기도 했다. 오거스타가 설립 초기 연회비 60달러로 회원을 모집했으나 분양이 안돼 고전한 점을 감안하면 당시 어떤 회원들이 가입했는지 추측할 수 있다.

    평균 연령은 계속 증가 추세다. 1991~1998년 회장을 역임했던 잭슨 T스티븐슨은 “클럽이 너무 노쇠하다”고 걱정했지만 평균 연령을 낮추기 위한 노력은 별로 하지 않았다. 스티븐슨의 후임인 후티 존슨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상속 금지 관행을 깼다. 이로 인해 젊은 회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회원들의 회비는 부자가 아닌 사람이 보기에도 매우 합리적인 수준인 1만~3만달러 사이라고 한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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