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0여개 대기업이 국세청의 해외 자회사 지급보증 수수료 과세 기준 변경에 따른 세금 추징에 반발해 서울지방국세청 등에 제기한 이의신청이 모두 기각됐다. 하지만 LG전자 포스코 효성 풍산 등 대기업들은 즉각 조세심판원에 조세불복 심판 청구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번에 세금 추징을 당하지 않았지만 국세청의 새 기준이 적용될 경우 향후 세금을 추징당할 가능성이 높은 30여개사도 소송을 위한 법률 검토에 돌입하는 등 국세청과 대기업 간 대규모 소송전이 불가피해졌다.

▶본지 5월10일자 A1, 3면 참조

◆OECD도 명확한 기준 없어

21일 세무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최근 국내 대형 회계법인 및 로펌을 통해 조세심판원에 조세불복 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국세청이 지난 2월 한국 대기업 본사의 해외 현지법인 지급보증 수수료에 대한 정상가격 모형을 개발·적용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에 2006년분 법인세 등을 추가로 부과한 데 반발하고 있다.

해외 지급보증 수수료는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 공장을 짓거나 투자하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국내 본사가 지급보증을 해주는 대가로 받는 돈이다. 수수료율에 따라 소득 금액이 달라지고 과세 기준도 달라진다. 지급보증 수수료 정상가격은 명확한 기준이 없어 이를 규정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Arm’s Length Price’(한 팔 길이의 가격)이라고 칭하고 있다. 즉 국가별, 상황별로 탄력적인 범위 내에서 적용하면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국세청이 지난 2월 ‘해외 현지법인 지급보증에 대한 정상가격 산정 모형’을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이 모형은 기업들의 자체 수수료율(0.2~0.5%)보다 훨씬 높은 1.0~2.7%를 제시했고, 국세청은 그 차액에 대해 과세를 결정했다. 특히 2007년 이후 발생한 수수료에 대한 세금 추징까지 남아 있어 기업들의 부담은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올해 2006년분 세금을 추징당한 20여개사뿐 아니라 추징당하지 않은 30여개사가 회계법인 등을 통해 법률 검토에 착수한 것도 향후 세금을 추징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률 검토에 착수한 기업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등 조세심판 청구에 가담하지 않은 대기업 계열사들도 포함돼 있다.

◆재정부, 규정 마련 착수

국세청은 기업들이 수수료율을 낮게 책정, 결과적으로 본사의 이익을 축소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의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일종의 이전가격(이익을 줄여 세금을 적게 내고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이익을 옮겨가는 것)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6년 12조5000억원에 불과했던 해외 법인 지급보증 액수는 2009년 28조4000억원으로 늘었고 2010년에는 34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수수료율의 변화에 따라 세금 액수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국세청이 기준을 바꾸면서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이번에 조세심판 청구에 나서는 업체 중에는 향후 5년간 추가로 낼 세금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회사가 다수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 ‘지급보증 수수료 정상가격 신출 기준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기준은 시행령 등에서 규정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아울러 업계와 국세청 등의 의견을 수렴, 시행령 규정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 지급보증수수료 정상가격

보증으로 경감된 이자비용, 즉 보증·피보증 기업 간의 신용등급 차이에 따른 가산 이자율 차이를 일컫는 OECD 국제조세조정 가이드라인상의 용어. 이 이자율 차이만큼 수수료가 발생하고 이것이 소득 금액 및 법인세 산정에 영향을 미친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